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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리길성 외무성부상 초청회담 직후 北 미사일 도발에 '당혹'

중국이 9개월 만에 북한의 고위급 외교 당국자를 초청해 북중 회담을 가진 직후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4발을 무더기로 발사한데 대해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이미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도발을 한 데 이어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추정돼 국제사회의 북한 규탄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부지 결정이 이뤄지자 중국은 여러가지 목적으로 지난달 28일 리길성 외무성 부상(차관급)을 정식 초청해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과 면담토록 했다.

리 부상의 방중은 지난해 5월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처음이었다.

북중 양국이 리 부상의 방중을 통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북한은 대북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됐으며 중국은 한미 사드 배치에 대한 '공조' 요청과 함께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지 말라"는 충고를 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리 부상이 지난 4일 귀국한지 이틀만인 6일 오전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4발을 무더기로 발사하자 중국은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리길성 부상이 지난주 방중했을 당시 왕이 외교부장에게 이번 미사일 발사를 미리 통보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리 부상이 왔을 때 중국이 왕이 부장도 만나주고 북·중 혈맹을 강조하면서 의도적으로 양국 관계를 부각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 미사일 쐈다는 것은 중국의 의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은 지금 북한이 이러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지난달 28일부터 4일까지 공식 방문했던 리 부상은 중국의 영빈관인 조어대에 머물면서 왕이 부장 이외에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 등을 만나 북중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북한은 특히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정한 제한선을 이유로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수입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견상 리 부상의 방중 성과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리 부상을 만나 "전통적인 북·중 우호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히는 등 북한을 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 부상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뭔가 실마리를 찾은 듯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3일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며, 안보리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한데서도 그런 기색이 읽혔다.

그러나 중국이 이처럼 리 부상 초청을 계기로 한국 측에 '안보리 결의 이행'을 강조한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또 터져 나와 중국으로선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소식통은 "우다웨이 대표가 김홍균 본부장에게 전화해서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여기에는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도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이라며, 그런데도 이를 무시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크게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중 관계가 양호하고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와 달리 물밑에서는 서로 입장 차이나 불만이 있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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