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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친일파 후손' 논란 120시간…시발에서 진화까지

강동원, '친일파 후손' 논란 120시간…시발에서 진화까지
배우 강동원이 친일 외증조부 논란에 휩싸이며 데뷔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한 영화매체의 게시글을 통해 외증조부 이종만의 친일 이력이 불거짐과 동시에 과거 인터뷰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것.

지난 3.1절 전후로 대두된 논란은 삽시간에 불덩이처럼 커졌다. 친일 잔재 청산과 역사 교과서 등의 화두가 정치·사회적 이슈로도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인기 연예인의 역사 인식과 대응은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논란은 5일 만에 강동원의 사과로 일단락 되는 분위기지만 여진은 남아있다. 

강동원 친일 후손 논란의 시발부터 진화까지 뜨거웠던 120시간을 되새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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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절 특집 기획…친일파의 자손vs독립군의 자손

'친일 후손' 논란의 시작은 지난 달 27일자 맥스무비의 '3.1절 기획 | 비켜갔거나 혹은 지켜냈거나'라는 게시물에서 비롯됐다.

이는 3.1절을 앞두고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 배우의 6인을 친일파의 후손과 독립군의 후손으로 분류해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 게시물은 강동원, 이지아, 고윤은 친일파의 후손으로 배성우, 김지석 등은 독립군의 후손으로 게재하고 조상의 이력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게시물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 기획에 이름을 올린 스타들 중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강동원이었다. 여타 배우의 사례의 경우 기존에도 알려진 바 있었지만 강동원의 외증조 이종만이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1급 친일파라는 내용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네티즌들은 이종만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2007년 강동원이 조선일보와 했던 인터뷰에서 외증조부를 거론하며 "예술이었다"라고 말한 글까지 발췌했다. 일제시대 때 금광을 했다는 외증조부를 자랑스러워 하며 상세하게 언급한 것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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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G의 부적절한 대응…화난 블로거, 여론 불지펴

해당 게시글과 인터뷰 내용은 각종 블로그와 카페 등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SNS 상에서만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강동원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의 부적절한 대응은 논란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YG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맥스무비 측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고, 해당 글을 블로그에 링크한 네티즌에게도 삭제 요청을 하고 나섰다. 해당 네티즌은 네이버 측이 YG의 요청으로 발송한 게시글 삭제 요청 공문을 블로그에 공개하고 "3.1 특집 기사 링크한 것뿐인데 명예훼손이래. 원문 작성자 맥스무비한테 항의해야지 나한테 이게 무슨 짓이냐"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여부의 확인보다는 여론을 통제해 논란의 확산을 막겠다는 과잉 대응은 대중의 공분을 샀다. 결국 YG엔터테인먼트는 해당건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의 게시물의 2차 확산을 막기 위해 대리인 자격으로 대응하게 됐다. 그러나 삭제 요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실 왜곡 및 은폐로 볼 수 있는 YG의 부절적한 대응과 논란의 중심에 선 강동원의 계속된 침묵은 대중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급기야 3일 오후 디스패치는 '[Q&D] "할아버지는 예술이었다?"…강동원, 친일 후손의 실체 17'이라는 기사를 통해 강동원 외증조부 이종만의 친일 행적을 샅샅히 파헤쳤다.

디스패치는 친일인명사전을 펴낸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종만이 1930년대 중반부터 일본군에 전쟁 위문품 등을 보냈고, 유명한 친일 단체에서 활동했하며 전쟁 독려글을 기고 했으며, 일본군에 전쟁 헌금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이종만을 '1급 친일파'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1급 친일파'는 없다. 친일파는 급수를 나누지 않는다"라고 정정해주기도 했다.

전문가의 의견에 의해 이종만의 친일 행적이 기정 사실화 되자 모든 비난은 과거 외증조부를 찬양하고 미화한 강동원에게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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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의 딜레마…결국엔 사과

무엇보다 강동원이 인터뷰 당시 외증조부의 친일 행적을 알고도 그런 말을 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알고도 그런 말을 했다면 그의 역사 인식 수준을 어떻게 봐라봐야 하냐는 갑론을박은 뜨거웠다. 

강동원이 출연키로 한 영화 '1987'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 작품은 6.10 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로 강동원은 민주화 열사 역으로 분할 예정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친일파 후손이 민주화 열사로 출연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며 하차 서명 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대해 조상의 친일 행적으로 인해 후손인 강동원에게 하차까지 요구하는 것은 '연좌제'가 아니냐는 의견도 적잖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강동원의 입에 집중됐다. 논란 당사자의 침묵은 화를 불렀고, 대리인인 소속사의 무리한 대응은 논란의 확산에 불을 지핀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중들은 강동원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결국 5일 오후 강동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 외증조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알게 됐다"며 "이번 일을 통해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하고 또 반성해나가겠다. 미약하게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또 10년 전 인터뷰에서 외증조부에 대해 '예술'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외증조부의 미담을 들으며 자라왔고 외할머니가 독립유공자의 자손이셨기 때문에, 외증조부에 대한 미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왔다"면서 "인터뷰를 한 시점에는 그분의 잘못된 행동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뒤늦은 감이 없잖다. 강동원의 해명과 사과에도 대중들의 실망감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과문의 내용 역시 진심어린 반성보다는 해명과 자기 변명이 크다는 반응도 적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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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스무비의 이상한 해명과 친절한 안내문 

120시간 만에 잠잠해지는듯 했던 논란은 5일 맥스무비의 공지를 통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맥스무비 측은 배우의 인적 사항에 관해 잘못 알려진 것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 듯 3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사과와 정정 공지를 했다. 

5일에는 디스패치가 취재한 내용을 인용해 ▲친일파는 급수가 없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위문대 대금은 군인 제공 물품이며, 위안부 창설, 유지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친일 행위를 대가로 채굴권을 얻었다는 내용 역시 시기를 확인 한 바, 사실무근이라고 친절하게 정정 안내를 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이 사건의 도화선이 된 것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의 3.1절 특집 게시글이었다. 

그러나 맥스무비는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되자 3일 해당 게시글은 자신들이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맥스무비는 "문제의 해당 게시물은 영화 미디어 맥스무비의 공식 게시물이 아닙니다. 맥스무비가 확인한 바 당 게시물은 개인 회원이 제작,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한 개인 콘텐츠이며 맥스무비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상한 것이 있다. 맥스무비는 "이 게시물이 개인 회원이 제작한 것이며 영화 커뮤니티에 게재된 이슈 콘텐츠가 맥스무비 사이트에 '퍼옴' 형식으로 게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는 '맥스무비 온라인팀'이라고 써있으며, 저작권자 역시 '맥스무비'라고 돼있다. 

또 하나, 맥스무비는 논란 발생 전 자신의 어플리케이션의 푸쉬 알림을 통해 해당 게시물의 존재를 알리기까지 했다. 이는 사이트 및 어플 유입을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이번 게시글이 어느 정도 사실에 바탕한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맥스무비가 이렇게까지 사과와 책임을 지는데 몰두할 일은 아니다. 배우의 명예훼손에 관한 책임 회피를 위한 포석이 아니라면 말이다. 오히려 남탓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게시글의 제작 및 게재 과정에 대한 진위 여부가 더 궁금하다. 

(사진 = 맥스무비 캡처)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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