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가에는 '원룸푸어'가 등장했습니다. 원룸의 비싼 월세와 보증금에 '하우스 푸어'도 아닌 '원룸푸어'가 된 대학생들의 삶을 반영한 말입니다.
특히 신입생 수요가 몰리는 3월이 다가오면서, 대학가 월세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대학가 방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대학생들과 그 부모들 사이에서는 '상아탑이 등골탑'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 대학가에 급증하는 '원룸푸어'
부동산 거래 애플리케이션 업체 '다방'에 따르면, 2월 기준 서울 대학가 원룸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1,158만 원에 월세는 48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5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서울·수도권 지역 대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서 집계된 월세 42만 원보다 6만 원 오른 가격입니다.
서울 한 대학가의 14㎡(4평)짜리 원룸은 1인용 침대 하나를 놓고 나면 남는 공간이 없지만, 임대료는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에 달합니다.
대학가 원룸 월세가 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타워팰리스보다 더 비싼 겁니다. 대학생과 그 부모가 월세에 등골이 휘고 있다는 게 빈말이 아닌 상황입니다.
■ 비싸다고 좋은 방도 아니다
비싼 월세를 냈다고 해서 쾌적한 거주 환경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 등록된 대학가 원룸들을 살펴보면, 변기 바로 앞에 싱크대가 위치한 방도 있습니다. 화장실 안에 부엌이 있는 겁니다.
비정상적인 구조의 원룸은 월세가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더 싸기 때문에 나오면 바로 나가는 상황인 겁니다.
대학생 중에는 생활비의 절반을 월세로 내고 있지만, 식사할 공간이 없어 서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생활비와 관련해 고민을 토로하는 게시글도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한 학기를 80만 원으로 버틸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고정지출이 교통비뿐이라면 가능하다", "밥은 학식만 먹어라", "웬만하면 집에 있고 약속 잡지 마라"는 씁쓸한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 기숙사도 공공임대주택도 안 된다?
편안한 잠자리나 식사를 포기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학생들의 주거 안정을 도와야 할 기숙사와 공공임대주택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4년제 대학 180곳의 기숙사 수용률을 조사한 결과, 전국을 기준으로 19.5%, 서울 시내는 11.5%에 불과했습니다. 서울 시내 대학생 10명 중 1명만이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임경지 /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요즘에 대학 기숙사나 공공임대주택 지을 때 많은 임대업자분들이 반대를 하시잖아요. 기숙사가 생기면 기존 원룸이 공실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대를 하시는 건데요…."
정부가 대학생 주거난 해결을 위해 진행하던 행복기숙사 건립 역시, 주민들이 대학생이 오면 성범죄가 늘어날 거라는 민원까지 넣어가며 반대하고 있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취재 : 김종원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