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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전·CCTV는 기본" 산골·주택가로 숨어든 도박장

"산비탈에 있는 점집에 새벽에도 인기척이 나서 이상했죠."

수천만원대 판돈이 오가는 도박장이 산속 비닐하우스나 한적한 시골 주택가로 숨어들고 있다.

농촌에 도박장이 늘면서 단속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농한기에 '한 방' 유혹에 넘어간 농민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새벽 전남 목포시 유달산 아래 골목.

붉은 깃발이 내걸린 허름한 점집 앞에 어울리지 않는 최신형 CCTV가 불을 반짝였다.

자정을 기해 손님들이 하나둘 점집을 찾았고 중년 남성 한 명이 대문 앞을 지키며 이들을 확인했다.

남성은 3시간 50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자리를 비웠다.

잠복 중이던 경찰은 바로 점집 내부를 덮쳐 집 안에 있던 조직폭력배, 회사원, 배추농가 농민 등 19명을 검거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현금 3천650만원도 압수했다.

A(48)씨 등 3명은 당일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문자메시지로 도박장소를 알리는 방식으로 목포와 무안 일대에서 수시로 장소를 바꿔가며 도박장을 운영했다.

전북 전주에서 새해 첫날 새벽부터 도박판을 벌이다가 적발된 12명은 덕진구의 평범한 식당에 CCTV를 설치하고 도박장으로 삼았다.

지난해 전북 김제·진안에서는 야산에서 3개월 넘게 천막 도박장을 운영했던 조직폭력배 3명과 도박꾼 17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겨울철 농한기를 맞은 농어촌에서는 농·어민이 도박장에서 재산을 탈탈 털리고도 피해를 호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연말인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께, 경찰이 영광군 법성면 굴비의 거리에 있는 한 상가 2층 주택을 급습했다.

출입문을 잠그고 버티던 도박꾼들은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려고 하자 뒤늦게 출입문을 열어줬다.

현장에는 어선 선주와 어부를 남편으로 둔 전업주부, 택시기사 등이 있었다.

이들은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장롱 안에 숨기도 했다.

경찰은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 B(48·여)씨 등 14명을 형사 입건하고 판돈 1천만원과 화투 18상자를 압수했다.

그러나 일부 피의자는 소액을 걸고 '고스톱' 화투를 쳤고 거액의 현금 뭉치는 빚 갚을 돈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목포에서 검거된 한 도박 참가자는 원금의 10%를 떼고 5부 이자(월 5%·연 60%)로 도박자금을 빌려 고리 대출 피해를 봤지만, 자신의 범죄 규모가 더 커질까 봐 대출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도박단을 근절하기 어려운 이유로, 현장에서 검거하지 않고는 범죄를 입증하기가 힘든 점과 처벌이 약한 점을 꼽았다.

이용건 전남지방경찰청 강력범죄 1팀장은 4일 "감시자를 배치해놔서 현장을 급습하기가 쉽지 않다. 현장의 도박자금도 생활비나 채무라고 발뺌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상습도박 전과가 없거나 판돈이 많지 않으면 불구속 수사하는 추세지만 농한기에 외진 주택가에 침투한 도박장 때문에 가계가 파탄 나는 사례도 많은 만큼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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