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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제1야당, 로마 시장 잇단 '헛발질'에 곤혹

개헌 국민투표 부결을 이끈 여세를 몰아 차기 총선에서 집권을 노리고 있는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이 차기 간판 스타로 밀고 있는 로마 시장의 잇따른 헛발질에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탈리아 언론은 지난 6월 이탈리아 수도 로마 역사상 최연소이자 첫 여성 시장으로 당선되며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비르지니아 라지(37) 시장의 최측근이자 로마 시 인사 책임자인 라파엘레 마라가 16일 부패 혐의로 체포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마라 국장은 2013년 이뤄진 미심쩍은 부동산 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부동산 개발업자와 함께 경찰에 구속됐다.

그의 체포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라지 시장의 또 다른 측근으로 꼽히는 파올라 무라로 로마 시 환경국장이 별건의 수사에 연루되며 사임했고, 15일에는 시 공무원 임명 절차를 들여다보기 위한 서류 확보 차원에서 로마 시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라지 시장은 최근 측근들의 비위와 인사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마라 국장은 마피아 유착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전직 로마 시장과 함께 일한 경력으로 인해 임명 당시부터 당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라지 시장은 그를 계속 감싸며 중요한 직책을 맡겨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라지 시장은 이날 "마라 국장을 너무 믿은 게 실수였던 것 같다"며 "로마 시민과 오성운동, 그에 대해 처음부터 의구심을 가져온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라 국장이 자신의 오른팔이라는 언론의 보도는 부인하며 "내 오른팔은 로마 시민"이라는 군색한 발언을 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난과 항의를 앞세워 기존 좌파와 우파로 나뉜 정치 구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공략, 창당 7년 만에 단숨에 집권 민주당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떠오른 오성운동으로서는 집권 능력의 시금석으로 평가되는 로마 시정의 계속된 혼란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라지 시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로마 시는 그동안 인사 난맥상과 내부 갈등 등으로 도로 관리, 쓰레기 수거, 빈약한 대중 교통 등 기존의 시급한 현안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의 부패한 정치권과는 달리 정직과 투명을 기치로 내건 상황에서 로마 시의 고위 관계자가 부패 혐의로 구속된 것은 정당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변호사 출신의 라지 시장은 또 지난 4일 치러진 국민투표 직후 트위터에 "저는 반대표를 던졌어요. 여러분은요?"라는 트위터를 올려 구설에 오르는 등 행정 능력뿐 아니라 개인적인 자질 면에서도 수도 로마의 시정을 책임질 시장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느 쪽에 투표했는지를 밝히는 게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는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이 이번 사태로 라지 시장 사퇴를 일제히 촉구하며 "이번 사태에 그릴로 등 오성운동 수뇌부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자, "로마 문제는 라지 시장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로마에 이은 이탈리아 제2의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밀라노 역시 시장이 수사 선상에 오르는 등 혼란에 휩싸였다.

작년 밀라노 엑스포의 총책임자로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쥐세페 살라 시장은 엑스포 행사와 관련한 조달 과정에서 위조 거래가 발견됨에 따라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자 시장 업무 중단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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