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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외가 옥천도 최순실 불똥…'육영수 마케팅' 차질

대통령 외가 옥천도 최순실 불똥…'육영수 마케팅' 차질
▲ 지난 8월 15일 육영수 여사 동상 앞에서 열린 42주기 추도식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외가인 충북 옥천여성회관 마당에는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 동상이 세워져 있다.

18년 전 시민들이 5천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건립했다.

시민들은 이 지역서 태어난 육 여사를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생전의 소박했던 모습과 더불어 소외계층을 향한 사랑과 봉사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육 여사가 서거한 8월 15일 이곳에 모여 추모제를 지낸다.

육 여사의 숭고한 박애정신을 기리는 행사다.

또 생일인 11월 29일에는 탄생을 축하하는 숭모제를 연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등을 하는 민족중흥회와 옥천청년회의소가 주축이 돼 2004년부터 마련해왔다.

숭모제는 추모행사와 달리 문화공연 등이 다채롭게 꾸며진다.

지역 기관·단체장과 육씨 종친, 주민 등 수백 명이 참석한다.

그러나 올해 탄생 91주년 행사를 앞두고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주최 측의 고민이 깊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어머니 육 여사 탄생 축하 행사를 여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해서다.

지난 1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숭모제가 논란이 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최 측은 17일 긴급회의를 열어 올해 행사를 대폭 축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화공연과 기념식 등을 모두 없애고 순수한 제례만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고향 시민들이 10년 넘게 명맥을 잇고 있는 행사고, 정치적인 색채를 띤 것도 아닌데 굳이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이창규 민족중흥회 옥천지역회장은 "숭모제는 대통령과 아무 상관도 없는 순수 시민행사여서 지금의 정국과 결부 지을 문제가 아니다"며 "자칫 육 여사의 숭고한 봉사정신까지 훼손될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옥천군이나 육씨 종친들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군은 당장 육 여사 생가 방문객이 줄어드는 등 최순실 게이트 불똥이 튀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옥천읍 교동리에 자리 잡은 생가는 육 여사가 태어나 박 전 대통령과 결혼할 때까지 살던 곳이다.

조선 후기 지어진 99칸 전통한옥인데, 낡아 허물어진 것을 옥천군이 37억5천만원을 들여 2011년 복원했다.

한해 20만명 안팎이 찾던 이곳에는 요즘 들어 방문객 발길이 뜸하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지금까지 1만2천144명이 찾는 데 그쳐 작년 같은 기간(1만9천512명)보다 37.8% 입장객이 줄었다.

생가에 근무하는 천정희 문화해설사는 "최근 방명록을 보면 '대통령을 보살펴 달라'는 등 모정에 호소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며 "아무래도 심란한 정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군은 이번 사태가 생가 앞 1천3천㎡에 추진 중인 전통문화체험관 건립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내년까지 국비 등 81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이 체험관은 애초 '육영수 기념관'이 추진되는 곳에 건립된다.

성격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육 여사와 분리해 놓고 말할 수 없는 사업이다.

체험관에서는 서예·다도(차 예절)·전통음식·국악 등을 배울 수 있다.

한실 구조의 숙박공간도 갖춘다.

군은 올해 국비 2억원을 지원받아 설계를 발주한 상태다.

내년 토목과 건축공사가 예정돼 있다.

군 관계자는 "이미 확정된 사업이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최순실 사태 파장이 커질 경우 자칫 생가 주변 관광지 개발 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육 여사의 조카뻘되는 충남대 육동일 교수는 "종친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의 정국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그렇지만 대통령과 관련된 문제가 육 여사 추모 사업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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