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차茶경제] 경제도 '최순실' 쓰나미

[차茶경제] 경제도 '최순실' 쓰나미
대통령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농단 사건인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불안한 우리 경제에는 ‘최순실게이트’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최순실 쓰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급한 경제 현안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경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휘청거리면서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에 몰아친 ‘최순실 쓰나미’의 상황과 앞으로의 파장을 짚어보겠습니다.

Q. 먼저 ‘최순실 쓰나미’를 맞고 있는 경제상황을 최근 경제지표로 진단해볼까요?

A. 우리 경제는 지난 3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해서 0%대 성장에 머물렀습니다. 저성장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발표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이렇게 부진한 경제의 모습이 다 담겨 있습니다. 생산 -0.8%, 소비 -4.5%, 투자 -2.1%, 모두 마이너스입니다. 실물경제의 3대 축인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뒷걸음질 친 것은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입니다. 생산이 활기를 잃은 모습은 제조업 평균가동률에서 알 수 있습니다. 가동률이 71.4%로 1년 전에 비해 3.5%포인트 급락했습니다. 9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68.6%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그동안 경기의 버팀목이었던 소비와 건설이 큰 폭으로 꺾였습니다. 소비 감소폭 4.5%는 5년 7개월 만에 최대치입니다. 갤럭시노트7 리콜 여파의 영향, 그리고 폭염이 끝나면서 에어컨 판매가 줄어든 탓이 크지만 의복이나 음식료품 소비도 쪼그라든 건, 안 먹고 안 쓰자는 소비심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설수주는 지난해보다 38.6%나 급락했습니다. 2013년 6월의 -39%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율입니다. 그나마 경기를 뒷받침하던 건설과 소비가 9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징후입니다. 더구나 이번 4분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마이너스 성장의 전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생산 -0.8%, 소비 -4.5%, 투자 -2.1%, 모두 마이너스입니다. 실물경제의 3대 축인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뒷걸음질 친 것은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입니다.


Q. 상황이 이런데 수습해야 할 경제 리더십은 보이질 않습니다. 지금은 최순실 게이트에 모든 게 다 정신없이 떠밀리고 있는 거죠?

A. 국정의 컨트롤타워가 무너진 셈이어서 정부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조정의 추진 동력도, 경제정책의 리더십도 휘청거립니다. 우선 경제정책의 실효성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비밀리에 추진되어야 할 정부정책이 비선조직의 권력 농단이나 축재수단으로 활용되고, 나라의 세금이 최순실씨의 이권 사업에 쓰여졌다는 의혹이 불러온 불신입니다. 모든 문제를 최순실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보게 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관됐다는 의혹 때문에 정부가 추진해오던 사업들은 잇따라 무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강원도 산악지대를 개발하는 내용의 '규제프리존특별법', 4천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가상현실 콘텐츠 사업 등이 최씨와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공직 사회가 움츠러든 것도 정책 추진의 힘을 떨어뜨립니다. 자신들이 만든 정책 보고가 엉뚱한 사람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다는 불편한 마음이 일선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까지 일손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강원도 산악지대를 개발하는 내용의 '규제프리존특별법', 4천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가상현실 콘텐츠 사업 등이 최씨와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Q. 정부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무너진 게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죠?

A. 부처 간 의견이 엇갈리는 정책 조정은 어쨌든 청와대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최근에 조선산업 구조조정, 부동산 규제정책 등이 발표됐는데 부처 간 이견이 컸던 대책들입니다. 그래서 정책 발표 이후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서 후속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작동할 상황이 아닌 겁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구조개혁도 정치권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추진동력을 잃어버리게 됐습니다. 근로기준법, 파견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노동개혁 4대 법안 중 파견법을 제외하고는 여야가 이견을 상당히 좁혀서 당초 이달 중순 이후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만 쉽지 않은 분위기가 됐습니다.

내년 경제 정책 방향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중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할 청와대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임 경제부총리도 청문회를 거쳐서 취임하기까지 진통과 시간이 예상되기 때문에 어느 해보다 어려울 걸로 예상되는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Q. 당장 내년 예산안 논의에도 제동이 걸렸죠?

A. 일자리와 경제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 내년 예산안 심사가 벌써부터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예산안 국회는 시작됐지만 400조 원 규모의 예산심사 관련 질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최순실 의혹 관련 공방만 진행되는 ‘최순실 청문회’로 바뀌었습니다. 후폭풍이 길어지면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거나 졸속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그나마 재정 투입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인데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나랏돈이 제때 풀리지 않으면 새해 벽두부터 경제 상황은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최순실 스캔들로 인한 정치 불안정이 우리 경제 침체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Q.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이렇게 ‘최순실 쓰나미’까지 겹치니까 다시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 하는 걱정도 커지네요.

A.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었고 2006년,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기억하실 겁니다. 얼추 10년 단위로 경제위기가 찾아왔었고 이제 다시 10년을 맞는 시점에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니까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이 회자됩니다. 물론 정부는 펄쩍 뜁니다. 경제 위기론이 섣부르다며 정부가 제시하는 근거들은 이렇습니다. 우선 우리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입니다. 무디스와 S&P가 지난해 12월과 지난 8월 우리 국가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정도로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가 좋다는 겁니다. 대외 건전성도 개선됐습니다.  외환보유액은 1996년 332억 달러에서 지난 9월 기준 3,778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외환위기를 촉발시켰던 단기외채도 외환보유액 대비 비중이 1996년 211.4%에서 지난 6월 28.9%로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경제위기의 징후를 보여주는 지표들도 있는데 올해 상반기와 외환위기 직전 1996년을 비교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성장률은 7.6%→2.7%, 청년실업률 4.6%→9.7%, GDP 대비 가계부 53%→90%, 성장률은 반 토막 났고 청년실업률과 GDP 대비 가계부채는 2배 수준으로 뛴 겁니다. 지난 3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80.4%에서 71.4%로 낮아졌고 가계소득 증가율은 12.0%에서 올 2분기 0.9%로 하락했습니다. 경제 성적표에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는데 괜찮은 경제 지표는 경제위기론의 반박 근거로, 반대로 상황이 안 좋은 지표는 경제위기론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겁니다.
경제 성적표에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는데 괜찮은 경제 지표는 경제위기론의 반박 근거로, 반대로 상황이 안 좋은 지표는 경제위기론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겁니다.
Q.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A.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근거 없는 위기감은 아닌 겁니다. 여러 지표나 상황은 위기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올해 말, 내년에는 미국 대선과 금리 인상 같은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외부 요인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순실 쓰나미’라는 복병까지 만난 상황은 위기의 징후를 더 짙게 합니다. 경제위기가 아니라는 정부 설명이 맞다면 좋은 일이겠죠. 그러나 위기가 아니라는 정부의 설명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건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도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드멘탈이 좋아서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사상 최고의 국가신용등급을 자랑하지만 외환위기 전에도 국가 신둉등급은 올라갔었습니다. S&P는 1995년 5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조정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OECD에 가입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는 축배를 들었다가 위기를 맞았던 겁니다. 외환보유고와 단기부채에 여유가 커진 건 사실입니다만 국제 자금시장의 흐름은 썰물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도 없습니다. 경제팀의 새 수장이 될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경제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경고등을 인식했다고 봐야죠. 

문제는 땅에 떨어진 정부의 신뢰입니다. 경제 리더십을 어떻게 되찾고 위기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 걱정이 많습니다.
문제는 땅에 떨어진 정부의 신뢰입니다. 경제 리더십을 어떻게 되찾고 위기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 걱정이 많습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선임기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정혜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