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비선실세 파문'은 새누리당의 대권 판세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의 주류가 이번 파문의 직격탄을 맞게 됨에 따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펼쳐져 온 지금까지의 경쟁 구도 역시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아직 현실 정치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잠재적 범여권 후보로 분류돼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위상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연초부터 굳건한 선두를 지켜온 반 총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주류 친박(친박근혜)계가 그의 '대망론'을 띄워왔다는 점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로 3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서 반 총장은 지난주보다 1.3%포인트 하락한 20.9%를 기록했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포인트 상승한 20.3%로 오차범위에서 바짝 따라붙었다.
만약 이 같은 반 총장의 지지율 하락이 추세화할 경우 새누리당의 대권 경쟁 레이스는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띨 수밖에 없다.
반면 반 총장이 이번 사태로부터 별다른 악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반 총장이 외국에 머물면서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둬온데다 그가 먼저 공식적으로 친박계에 손을 내민 적이 없다는 점에서다.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민적 존경을 받는다는 점은 만에 하나 올 수 있는 '리더십 공백' 사태에서 오히려 강점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여권의 현실 정치인 중에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대권 가도에 이번 사태가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들은 현재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고 당 지도부 재임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는 점에서 애초 이번 사태와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대적인 국정쇄신 국면을 비박계 지도자인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이 주도하면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보수의 대안을 제시할 경우 여권의 구심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중진 국회의원은 "정치 공학적으로만 계산하면 박 대통령과 그를 옹위하는 친박 그룹이 국정을 주도하면서 극우 보수 리더십에 대한 반감이 계속 유지되는게 야당으로서는 유리하다"며 "하지만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친박 그룹이 쇠퇴한 여권의 빈 공간에 유승민 같은 합리적 보수 정치인들이 메울 경우에는 중도 성향 국민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다만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최태민·최순실 의혹'이 처음 정치권에서 공론화된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의 핵심 참모로서 각종 의혹을 방어했던 과거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호재로만 보기는 어려워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한때 옛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에게는 이번 사태가 비교적 호재일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특히 남 지사는 이번 최순실 사태 발생 이후 연일 야당 못지않은 강경한 발언과 요구를 쏟아내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새누리당 잠룡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전 대표와 지지율 선두를 다퉈온 오 전 시장과 20대 총선 낙선 이후 재기를 노리는 김 전 지사 역시 서서히 발언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다만 김 전 지사의 경우 지난 총선 당시 대구에 출마하면서 '친박 후보'임을 거듭 강조한 점은 다른 경쟁자들의 공격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