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린아이 낙서 같아 보이는 그림들 속에서 진짜 현대 미술 작품을 짚으실 수 있나요?
특히 작품 내용이 추상적일수록 작가의 의도를 더 모르겠고, 때로는 성의조차 없어 보이기도 해 미술관을 찾았다가 상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현대 미술 탓에 문화생활을 즐기려고 해도 미술관 관람은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국민 3명 중 2명꼴로 많지만, 미술품 전시를 본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죠. 현대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술관에 가기 전 현대 미술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관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현대 미술이 난해한 이유
과거의 미술 작품은 현대 미술과 비교해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됐죠. 그러나 현대 미술은 눈요기로서의 미술에서 벗어나 마치 난해한 수학 문제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럼 현대 미술은 왜 난해하게 바뀌었을까요?
변화의 계기는 20세기 초 ‘사진’의 등장이었습니다. 화가가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으로 어떤 인물이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도 사진의 성능을 따라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현대 미술 작가들은 작품 속에 자기가 생각해 낸 개념이나 철학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재현은 개념을 표현하는 부차적인 작업으로 생각했죠.
작가들은 작품을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작품을 구상하고 기획하는 설계자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작품의 외형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해진 거죠.
일례를 들어볼까요?
2008년 기예르모 베르가스라는 작가가 굶어서 앙상해진 유기견을 전시했습니다. 작품 제목은 ‘굶어 죽은 개’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작가가 준비한 수십 마리의 개를 데려갔습니다. 따뜻한 선행이 이어지면서 ‘굶어 죽는 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훈훈할 뻔했던 이 사건의 반전은 몇 달 뒤 일어났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돕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데려가시오”라는 팻말과 함께 쇠약한 개들이 버려졌습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전시장에서 개를 데려갔던 사람들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다시 내놓은 것입니다. 사람들의 위선을 꼬집으려 했던 작품 ‘굶어 죽은 개’는 이렇게 관객들에 의해 완성됐습니다.
● 현대 미술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아이디어가 중요해진 현대 미술은 때로는 굉장히 어려운 수준의 철학을 담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미술이 난해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을 무시한 채 이해하기 어렵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조건 폄하 하는 자세는 옳지 않습니다.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그때 작품의 난해함을 비판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저 눈으로 봤을 땐 알 수 없는 형상의 작품도 설명을 듣다 보면 왜 작가가 그렇게 작업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도와 고민의 흔적을 이해할 수가 있죠.
관람 경험과 지식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느덧 미술의 즐거움에 한발 짝 다가서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