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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노학자, GPS·자율차·로봇 은인이었다

이름 모를 노학자, GPS·자율차·로봇 은인이었다
▲ 생전 대학에서 강연하던 루돌프 칼만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GPS(인공위성 위치정보), 자율주행차, 우주 탐사 로봇, 사물인터넷… 이런 유망 ICT(정보통신기술) 업종이 올해 세상을 떠난 노학자 한 명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일반인은 얼마나 될까?

미국의 과학 전문지 MIT 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데이비드 민델 MIT 교수(공학사·工學史)와 프랭크 모스 전 MIT 미디어랩 디렉터는 '당신이 전혀 들어보지 못했을 한 발명가가 어떻게 현대 사회를 바꿨을까'란 글을 최근 이 잡지에 실었습니다.

글의 주인공은 헝가리 태생의 미국 수학자 겸 엔지니어였던 루돌프 칼만(1930∼2016)입니다.

그의 성과는 1960년대에 내놓은 '칼만 필터'(Kalman Filter).

어감과 달리 정수기나 방독면에 쓰이는 거름장치가 아니라 알고리즘(데이터를 처리하는 논리체계)의 이름입니다.

칼만 필터는 복잡한 현실 데이터에서 잡음(노이즈)을 걸러내고 가장 정확한 수치를 통계 기법으로 추정합니다.

기계를 오작동시키는 각종 오류와 부정확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없애주는 효능 덕에 칼만 필터는 이후 아폴로 11호 달착륙선의 컴퓨터, GPS, 심해 로봇 탐사선, 항공기 제어 장치 등 수많은 기기에 쓰였습니다.

민델 교수 등은 기고문에서 "칼만 필터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선이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위치·속력·방향을 파악하게 해줬다"며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GPS가 사용자의 복잡한 움직임 속에서도 위치정보를 잘 잡는 것 역시 현대화된 칼만 필터의 덕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전 칼만은 과학기술계에서 선구자로 존경을 받았지만, 대중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없었습니다.

칼만 필터의 전문적 성격 때문입니다.

그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과학 메달'을 받았습니다.

민델 교수 등은 "무인자동차나 로봇이 문제없이 작동하고 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가 사용자에게 멀미를 일으키지 않게 하려면 실시간으로 정밀한 위치정보를 계산해야 한다"며 "이는 결국 우리 삶에 셀 수 없이 많은 칼만 필터가 쓰여야 한다는 뜻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필자들은 이어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들어서면서 일상 속 수많은 IoT 기기를 정확하게 제어하려면 역시 칼만 필터가 필요하다"며 "이쯤 되면 칼만이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혁신가처럼 유명해질 날도 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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