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부터 도급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주·야간 2교대 악조건 근무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버티던 강인한 트레일러 기사님이었는데, 해고 소식에 고개를 떨구고 우시더라고요."
부산 강서구 한진해운신항만 터미널에 비정규직 야드 트레일러 기사를 공급하는 A 인력업체 이사의 목소리는 어두웠다.
지난 1일 한진해운 법정 관리가 개시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A 업체는 9월 말부터 인력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비정규직 야드 트레일러 기사 57명은 순식간에 직장을 잃었다.
야드 트레일러는 항만 내에서만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트레일러를 말한다.
항만에 설치된 39m 높이의 갠트리 크레인으로 선석에 접안한 배에 실린 화물을 지상으로 내리면 야드 트레일러 기사들이 컨테이너를 야적장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부산항운노조원에 가입되지 않아 신분이 불안정한 탓에 가장 먼저 인력 감축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기사들은 평소 주간 11시간, 야간 13시간의 2교대 힘든 작업 속에서도 돈을 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참았는데 이제는 그 직업마저 잃어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한 기사는 "젊은 시절 보증실수로 패가망신한 뒤 야드 트레일러 면허로 한 달에 210만원, 박봉에도 자식들만 생각하며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았다"면서 "하지만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희망이 사라져 너무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인력업체는 현재 직원 53명 전원이 휴무에 들어갔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항만에 일감이 줄어드니 인력이 필요가 없어 그런 게 아니겠냐"고 자조하면서도 "그래도 아직 정식으로 계약해지 통지는 받지 않아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항만 관련 업체들은 한진해운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채권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작업을 한때 거부한 화물고정업체(11억원) 외에도 검수업체(12억2천만원), 도선업(7천400만원), 예선업(11억9천만원), 항만하역업계(2천600만원)에 각각 미수채권이 있는 것으로 부산항만공사는 조사했다.
김영득 부산항만산업협회장은 "컨테이너를 고박하는 래싱, 줄잡이 등 회원사들이 한진해운에서 받지 못한 돈이 11억원에 이른다"며 "영세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고 이로 인해 래싱업체들의 작업 거부와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우려가 있다"며 미수채권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