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정부로부터 투자를 거부당했던 중국의 국영 원전기업이 미국에서 현지 컨설턴트에게 수년간에 걸쳐 기밀자료를 넘길 것을 요구해오다 적발돼 법정에 서게 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미국 현지의 컨설턴트들로부터 중국광핵(廣核)그룹(CGN)이 미국의 원자력 기밀을 훔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회사 임직원들을 기소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중국 최대의 원전운영사인 중국광핵그룹의 미국 현지 임직원들은 이들 컨설턴트에게 기밀로 분류돼 있는 원전 설비 및 소프트웨어 운영 매뉴얼을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FBI는 기소장에서 이들이 주로 지적재산권이 있거나 접근이 차단된 문건들을 요구했으며 여러 단계에 걸쳐 지속적으로 요구를 한 끝에 결국 원하던 정보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런 사실은 영국 정부가 지난달 중국광핵그룹이 참여하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을 계약체결 하루 전에 돌연 멈춰 세운 것과 관련됐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남서부에 원자력 시설을 건설하는 '힝클리 포인트 c' 프로젝트는 중국광핵그룹과 프랑스의 전력공사(EDF)로부터 총 180억 파운드(약 25조8천억원)의 건설비를 투자받기로 했었다.
재판 과정에서 중국광핵그룹의 영국 원전투자 문제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FBI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보좌관인 닉 티모시의 발언을 빌어 중국의 투자에 대한 경계감을 노출했다.
그는 "중국의 원전 프로젝트 참여가 영국의 에너지 생산을 마음대로 중단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광핵그룹은 또 핵연료를 포함한 물질의 온도 설정과 관련해 정보 제공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거부하자 더이상의 컨설팅을 의뢰하지 않았다고 한 컨설턴트는 전했다.
이번 중국광핵그룹 기소로 중국의 원전기술 수준과 원전사의 전략 등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이 현재 국가적으로 국내 원자력발전 능력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중국의 원전 운영사들은 거래 기업과 외국 정부로부터 기술 습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마크 힙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수석연구원이 전했다.
그는 "중국은 할 수 있는 한 최대 규모의 기술을 외국으로부터 이전받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말을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기업 임원들로부터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비밀첩보원으로 지목돼 있는 대만계 미국인 원자력공학자인 허쩌슝(何則雄·66)도 중국광핵그룹의 원전기밀 입수작전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의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중국광핵그룹의 미국 컨설턴트로 채용됐던 그는 20여년에 걸쳐 중국을 도와 미국의 원전기밀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의 비밀 첩보원으로 활동한 혐의도 받고 있는 허쩌슝은 미국 검찰으로부터 '극도로 심각한 국가안보 위해 사범'으로 지목받은 상태여서 중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환경부 장관을 지낸 팀 여 유럽원자력감시기구 회장은 "중국광핵그룹이 심각한 안보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확실한 근거도 없이 중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국투자를 거부한 것은 실망스런 조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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