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제유가는 상반기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나 경유 가격도 지금보다 상승할 전망이다.
20일 한국석유공사와 해외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기구와 IB의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상승을 점치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세계은행(WB)은 지난달 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올해 평균가격을 43달러로 수정해 전망했다.
종전 전망치 41달러에서 2달러 올린 것이다.
WB는 원유의 공급 차질과 높은 수요 때문에 원유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반까지 앞으로 1년간 WTI가 배럴당 45∼50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관측했다.
또 JP 모건은 3분기 브렌트유 가격을 평균 48달러, WTI 가격은 평균 47달러로 낮춰 전망하면서도 4분기(브렌트유·WTI 모두 55달러)와 내년도 유가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줄고 생산이 늘겠지만 4분기부터 12∼18개월간 여전히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도이체방크도 WTI가 4분기 평균 49.50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BNP파리바와 JBC 에너지는 브렌트유가 약한 계절적 수요로 인해 올해 배럴당 40달러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4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완만한 상승을 점치는 의견이 나온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해 쓰는 두바이유의 하반기 평균가격을 배럴당 44달러 안팎으로 전망했다.
올해 1∼7월 두바이유의 평균가격은 37.58달러였는데 이보다 6.5달러가량 더 비싸질 것이란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폭락의 단초가 됐던 미국 셰일 오일의 생산이 줄고, 원유의 계절적 수요가 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일부 해소되고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원유 재고와 통상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화의 강세 때문에 상승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연일 흘러나오는 산유국들의 생산량 동결 합의 가능성이다.
다음 달 26∼28일 알제리에서 열릴 국제에너지포럼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은 물론 비회원국까지 참여해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생산 동결에 합의할 것이란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산유량 동결에 부정적이었던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에 대해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향적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기대는 고조되는 양상이다.
실제 그 영향으로 최근 유가는 이달 초와 견줘 20%나 뛰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실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생산량 동결 가능성을 내비친 수사(修辭)만으로 이미 유가 상승의 효과를 본 데다 산유국마다 처지가 달라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생산량을 크게 끌어올려 놓았지만 이란이나 이라크는 여전히 증산을 원하고, 나이지리아, 리비아는 정정 불안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저마다 다른 원유 생산 수준과 처지가 합의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