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서울 광장에 설치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인천 구도심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억대의 세금을 들여 매년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지었다가 허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야외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는 두 달간 반짝 전시되다가 다시 철거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인천시 동구에 따르면 구는 2014년 겨울부터 송현동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에 높이 16m짜리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전시하고 있다.
보통 크리스마스 한 달가량 전인 12월 초에 설치해 이듬해 2월 중순 철거한다.
동구는 2014년 추경을 편성해 구비 4천만원을 들여 처음 크리스마스트리를 지었고 이듬해부터는 예산을 1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올해에도 1억원을 들여 같은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할 예정이다.
구는 트리 설계부터 설치와 유지 관리까지 한번에 맡을 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10월까지 트리 디자인을 확정하고 11월 한 달간 트리 설치 작업을 한 뒤 12월 1일 점등식을 연다.
점등식 후 크리스마스트리는 내년 2월 19일까지 동인천역 북광장에 설치된다.
그러나 1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크리스마스트리를 지었다가 허물기를 반복하는 것은 예산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 중구도 매년 겨울철 신포동 일대에 20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고서 축제를 열고 있지만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특히 중구는 연초까지 이어진 축제가 끝나고 지난해 4월까지도 크리스마스트리와 각종 장식품을 철거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2014년에는 당시 축제를 추진한 민간단체에 조례를 어기면서까지 예산을 지원하려해 논란이 일었다.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는 "대형 트리와 현란한 조명을 설치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낼 수 있겠지만 1억원이라는 많은 예산을 들여서까지 할 필요성이 있는 사업인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광장은 시민들이 스스로 찾아와 머물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동인천역 광장에 화려한 시설물을 설치할 게 아니라 주변 환경부터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동구 관계자는 "동구에 자체적인 볼거리가 너무 없어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해 관광객을 유도하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