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이후 최악의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을 생산하는 가전업체들은 판매량 증가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고도 곧바로 설치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9일 한 가전업체 대리점에 문의하자 관계자는 "에어컨 구매 고객들이 몰리면서 재고 확보가 어려운 데다 설치인력이 부족해 빨라야 주말에나 설치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에어컨을 주문하고서도 설치까지 2∼3주까지 기다린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식 대리점이 아닌 사설 업체를 찾거나, 설치 기사에게 웃돈을 주고서야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도 있습니다.
새 제품을 구입한 게 아니고 이사로 에어컨을 다시 설치하거나 고장으로 수리해야 하는 경우는 기사를 만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에어컨 구매에서 설치 서비스까지 평균 3일가량 걸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 중견 가전업체 관계자는 "현재 주문 후 설치 대기 제품만 2천 건 이상 밀려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대개 8월 초부터는 에어컨 판매량이 서서히 소강 흐름을 보이지만 올해는 연일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는 데다 정부의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 정책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에어컨 설치·수리는 전문 인력이 맡아야 하는데 업체별로 다르지만 2인 1조로 작업할 때 하루에 가능한 양은 5건 안팎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기사들이 작업 중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잇따라, 지난 6월에는 서울 노원구의 3층짜리 빌라 외벽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40대 기사가 추락해 숨졌고, 이달 초에는 대전의 2층짜리 빌라 외벽에서 작업하던 기사가 떨어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업체에서는 설치·수리 수요가 특정 시기에 몰리다 보니 인력을 여름철 주문량에 맞춰 무작정 늘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에어컨 판매 호조로 지난 4월 중순부터 에어컨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최근 며칠 간은 주간 근무만 하고 있습니다.
생산하더라도 배송을 못 하는 물량이 있어서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에어컨 설치 물량은 이번 주가 절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