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불운했던 천재 화가로 그가 자신의 왼쪽 귀를 스스로 잘라낸 일화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때 귀의 일부를 잘랐는지 아니면 아예 귀 전체를 잘랐는지가 학계의 오랜 논쟁거리였지만, 최근 네덜란드에서 이에 답해줄 수 있는 새로운 기록이 공개됐습니다. 홍지영 기자가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이 한 장의 노트를 공개했습니다.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버나뎃 머피 박사가 미국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 발견한 스케치인데요, 1888년 반 고흐를 치료했던 의사 펠릭스 레가 고흐의 귀를 그린 스케치가 담겨 있습니다.
잘 보면 고흐가 귓불의 작은 일부분만 남긴 채 귀의 대부분을 잘라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고흐는 이렇게 잘라낸 귀를 라셀이라는 이름의 매춘부에게 건넸다고도 익히 전해져오고 있는데요, 사실은 매춘부가 아니라 사창가에서 청소 일을 하던 하녀에게 보냈다는 추정도 제기됐습니다.
본명이 가브리엘인 이 여성은 당시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려 고생하며 치료비를 벌기 위해 잡일을 하고 있었는데, 매우 감정적인 성격이었던 고흐가 이 여성의 상처가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살을 떼어 선물로 줬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주는 사람의 취지가 어떻든 받는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겠죠. 여성의 신고로 고흐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결국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반고흐 미술관은 오늘(15일)부터 처음으로 고흐의 테크닉적 미학적 세계가 아닌 정신 상태에 초점을 맞춘 전시회를 여는데요,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문서뿐 아니라 고흐의 그림들과 고흐가 프랑스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하기 위해 썼던 권총 등도 함께 전시된다고 합니다.
정말 고흐의 광기는 그의 삶과 그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따라다니는 말인데요, 실제로 고흐가 말년을 보냈던 프랑스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와즈에 가보면 가슴이 아려오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그는 죽기 전 70일 동안 무려 80여 점의 그림을 그려내며 그야말로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는 이 하숙집에서 세상과 작별했는데, 아직도 그대로 보존돼 있는 3층 그의 자그마한 방에는 그가 근처 보리밭에서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쏜 뒤 좁은 계단을 힘겹게 올라와 누웠을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그는 이 침대에 누워 며칠을 앓다가 숨을 거뒀는데, 인근에는 평생 그의 뒷바라지를 하다 그가 숨진 지 얼마 안 돼 그를 따라간 동생 테오의 무덤과 함께 그의 무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30km 거리에 있는 이 동네는 고흐의 작품에 등장하는 반가운 장소도 많고 고흐가 즐겨 앉았던 자리에서 식사도 할 수 있어서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요, 곳곳에 남은 그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슬픈 기운이 동시에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천재성과 광기, 어찌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관계인 것 같습니다.
▶ [취재파일] 정열, 광기 그리고 천재성…고흐의 마지막 삶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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