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내 소수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한 판결을 잇따라 내리면서 진보적인 젊은 세대는 그녀에게 환호를 보내왔습니다. 심지어 지난 2013년과 지난 2015년 두 차례나 동성 결혼식 주례를 맡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판결을 이끈 주역이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는 우리나라 최초 동성결혼 커플과 트렌스젠더 가수 하리수 씨 등 성소수자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그녀가 최근 구설에 올라 망신을 샀습니다.그녀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정치 발언, 그것도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트럼프를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과 법원이 어떤 곳이 될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그녀는 한 발 더 나아가 “트러프는 사기꾼(faker)이다. 자신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다.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오르면 바로 말한다. 자존심만 세다”고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트럼프가 세금납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언론이 트럼프에 대해 너무 신사적인 것 같다”고 불만도 표시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석 달여 앞두고 연방 대법관이 유력 대선후보의 자질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인데 만약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당장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라며 난리가 나고 사퇴압력이 거셌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대법관의 정치개입 행위는 이례적인 일이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00년 앨 고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뽑히자 당시 보수성향의 산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은 “민주당의 승리는 끔찍하다”며 정치적 의사를 드러낸 적이 있고, 19세기에는 대법관이 대통령 선거운동에 대거 참여하면서 대법원개정이 늦어진 적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도 법관의 정치적 언행을 삼가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은 이 규정조차 적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여론에 밀려 그녀는 결국 나흘 만에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습니다. 발표문을 통해 “돌아보니 자신의 최근의 발언들이 경솔(ill-advised )했다”며,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판사들이 대선후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신중하겠다”고 몸을 낮췄습니다.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노법관의 부적절한 발언은 거센 역풍을 몰고 왔고, 결국 사과까지하면서 그녀의 경력에 큰 흠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보수와 진보로 갈린 미 연방대법원의 극단적인 이념성향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추한 사건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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