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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내려놓기도 힘든 특권…얼마나 대단하길래?

[리포트+] 내려놓기도 힘든 특권…얼마나 대단하길래?
20대 국회는 요즘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위촉된 방송사 간부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가 성추행으로 정직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자 다음날 정정자료를 내고 사과했습니다. 국회의원의 무책임한 발언과 면책 특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앞서 국민의 비난을 촉발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딸을 의원실 인턴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이어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도 친인척을 채용한 것으로 밝혀졌죠. 지난 1일에만 국회의원 보좌진의 면직이 15건이나 처리되었습니다. 국회의원의 친인척 채용이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인 것이죠.

국회의원의 특권 남용에 대한 국민의 비난은 거세졌고, 여야는 앞다퉈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에 합심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특권 내려놓기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거론되는 게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입니다. 여야는 불체포 특권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고 면책 특권에 대해서는 이견이 큰 상황입니다. 두 가지 조항 모두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기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초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Q: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은 대체 무엇인가요?

'불체포 특권'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 특권입니다. 국회의원이 법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면 국회의 회기가 끝나야 가능한 것이죠. 국회가 열리기 전에 체포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청이 있으면 국회의원을 회기 동안 석방해야 합니다.

‘면책 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직무상 발언한 사항과 투표 행위에 책임을 묻지 않는 것입니다. ‘국회 내’의 기준은 국회의사당 내부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회의나 위원회가 개최되어 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모든 장소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이죠.

Q: 국회의원의 특권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1946년 12월 국회의원의 특권이 법으로 제정되었습니다. 1948년 제헌 헌법부터 명시되어 있는 조항인 것이죠. 특권의 유래는 영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14세기 후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했고, 직접적인 유래는 1689년 영국의 권리장전(權利章典)에 있습니다. 이후 미국 연방 헌법에서 규정되면서 의원들의 특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Q: 국회의원에게 특권이 왜 필요하죠?

일부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비리의 방패막이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에게 특권이 필요한 이유는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구이기 때문입니다. 대의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정치활동이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해 의정활동을 합니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로운 국회 활동이 가능해야 하죠.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및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Q: 다른 나라에도 이런 특권이 있나요?

국회의원의 특권은 우리나라만의 제도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해당 특권이 독재정권이나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제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국회의원 특권 제정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특권은 다른 나라에서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의원들도 가지고 있는 조항이죠. 하지만 면책 특권이 인정되는 범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연방헌법은 제1조 '발언·토의 조항'에서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조에는 면책규정을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절대적인 권한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매우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우리나라처럼 국회 안에서 보도자료나 성명서를 통해 비방하거나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는 면책 특권을 인정하지 않죠.
Q: 왜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이 도마에 오르게 됐나?

친인척 채용 문제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특권 남용은 공공연한 행태였습니다. 일부 국회의원은 개인의 비리나 뇌물수수에 대한 처벌을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교묘하게 피해왔습니다. 수사가 진행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고자 소속당이 임의로 임시국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방탄국회’라고 불렸습니다.

불체포 특권 남용으로 지탄을 받아온 '방탄국회'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자 개선이 필요한 조항으로 가장 먼저 특권 내려놓기의 도마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면책 특권 폐지론은 국회의원들의 ‘묻지마’식 의혹제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직무상 발언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의원들이 사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발언을 해온 겁니다. 국회의원의 무책임한 의혹제기 발언은 이전 국회에서도 논란이 돼 왔습니다. 이 때문에 면책 특권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Q: 그들만의 특권…과연 내려놓을 수 있을까?

20대 국회는 특권 내려놓기에 경쟁이 불붙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특권을 내려놓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불체포 특권은 개선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면책 특권에 대해선 여야간 입장 차이가 비교적 뚜렷합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면책 특권을 내려놓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박지원/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면책특권은 야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포기할 수 없는 국회의원의 권한이며, 동네 앞동산을 오르는 데 히말라야 등반 준비를 하는 건 없는지 살펴서 반납하자는 것"
Q: 국민들은 왜 특권 내려놓기에 신뢰를 잃어갈까요?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국회의 대응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에 대해서는 이미 16대 국회에서 논의 되기 시작했습니다. 17대 국회부터는 법안으로 발의되었죠. 새 국회가 구성될 때 마다 국회의원들의 결심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습니다.

이런 전력 때문에 국민들은 이번에도 말뿐인 내려놓기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헌법 개정이 어렵다면 국회법 등 헌법의 하위법을 보완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일반 국민들이 누릴 수 없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국회의원들. 그들에게 특권이 주어진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그 특권은 국회의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니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디자인: 김은정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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