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이후 정국에서 보이는 태도가 자국 내 정치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연정 소수당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이 주로 제기하는 대목은 그의 모호한 화법과 메시지이다.
사민당의 시각은 EU의 분열을 막기 위한 단호함과 명료함이 절실한 시기에 오히려 메르켈 총리는 불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아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들의 원심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가 끝나고서 이 이슈에 관해 정돈된 입장을 개진한 것은 4차례다.
논란의 지점은 그때마다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해석 진폭이 크게 다른 언사를 했다는 데 있다.
브렉시트 투표가 찬성으로 확인된 24일 메르켈의 일성은 그 결과를 전환적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서는 안 되고 차분하고도 신중하게 분석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고는 브렉시트 이전까지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지고, 이후에라도 EU와 긴밀한 파트너를 갖게 하는 것이 독일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사이 EU 지도자들과 독일 대연정 내 사민당 소속 각료들을 중심으로 브렉시트 절차 개시를 영국 정부에 압박하는 발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25일 난민 대책 등 정책 조율을 위해 포츠담에서 열린 집권 다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회합에 참석한 메르켈 총리에게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메르켈 총리는 답변에서 "결별 협상에서 윽박질러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어제 (브렉시트) 투표가 그렇게 돼서 슬퍼했다. 그건 협상이라는 걸 하면서 특별히 예의 없이 못되게 굴 이유가 응당 아니다. 협상은 사리에 맞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역시 메르켈 총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그의 특유의 신중함을 상찬하는 쪽에선 그랬다.
그러나 유럽 정치지도자 중 가장 발언권이 센 그가 EU 전체의 주류적 입장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큰 발언을 하자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27일 우크라이나 신임 총리와 만나고서 한 기자회견에서는 또 다른 뉘앙스의 언급을 이어갔다.
그는 정부가 주저하면서 대응한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는 좀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론하고서 "영국 정부 쪽에서 통보가 와야 한다. 나는 제동도, 가속도 할 수 없는 거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영국이 분석할 시간이 필요함을 이해한다고 거듭 밝히고는 그렇다고 해서 승부가 나지 않은 채 일시 중단된 장기(체스)를 오랫동안 이어갈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 언사는 24∼25일의 발언과 대비됐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강조점을 앞에 두느냐, 뒤에 두느냐에 따라 사뭇 달리 풀이될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냐, 아니면 천천히 해도 된다는 것이냐, 천천히 라면 언제까지이냐 라는 물음이 따라붙었다.
그는 하지만 같은 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를 베를린으로 초청해 회담하고 나서 한 기자회견에선 "영국이 탈퇴서를 내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라는 것을 제1의 합의사항으로 발표했다.
영국 정부를 향해 "허비할 시간이 없다"라며 압박하는 메시지를 담당한 이는 메르켈 총리가 아닌 올랑드 대통령이었다.
당장,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살려 영국 없이도 강한 EU를 만들자고 나선 대연정 넘버2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는 "회원국과 EU 지도부의 시그널이 크게 울려야 한다"면서 "그건 정략이 아닌 명료함, 머뭇거림이 아닌 결기 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같은 사민당 소속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회장과 함께 '유럽의 신(新)창설' 10개항 문서를 만들어 작금의 위기가 성장 결핍과 심'대한 청년 실업에 있다고 진단하고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안팎에서 안정성장협약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들의 주장을 달리 말하면, 각 회원국 정부가 EU 펀드의 지원으로 경기부양 정책패키지를 더욱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또 산업 지원을 위한 '경제적 솅겐'(회원국 간 국경 자유왕래를 인정하는 솅겐조약)' 지역도 이들의 요구 사항이라고 이 매체는 정리했다.
정치적으로는 개별 회원국의 정치체제처럼 더 민주적으로 유럽의회의 통제를 받는 EU 집행위원회가 되게끔 해야 한다고 이 문서는 덧붙였다.
가브리엘 부총리와 같은 사민당의 카타리나 바를레이 사무총장은 "지금 우리에겐 책략이 필요 없다. 회피하려 말고 맞서서 행동해야 한다"라며 당수인 가브리엘 부총리를 거들었다.
도이체벨레는 투표 결과가 촉발한 헌정 위기에 고투하는 영국 정부에 시간을 좀 주겠다는 것이 메르켈 총리의 제안이라고 해설하고, 그러나 사민당 인사들은 잘못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사진=AP)
메르켈의 브렉시트 화법 논란…신중함? 전략적 모호함?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