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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불황 경남 실업자 7만 명 육박…1년 새 1만 5천 명 늘어

조선 원청·협력사만 3만명 실직 우려, 3∼4년 내 10만명 예상…"업종 점진적 전환 필요"

조선업 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근로자 감원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대형 조선소 두 곳과 협력업체들이 모인 경남에서 실업대란이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들어 실업자 수가 많이 늘어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조선업 위기 등 영향으로 올해 들어 실업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 1월 5만 2천명이던 경남지역 실업자 수가 2월에 5만 8천명, 3월에 6만 8천명으로 급증했다.

이 시기 실업률은 1월 3.1%, 2월 3.4%에서 3월 3.9%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실업자 수 5만 3천명(실업률 3.2%)보다 1만 5천명이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에 실업률이 4%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이러한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IMF 경제위기 당시와 비교된다.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직후인 1998년 1월 경남 실업자 수는 3만 8천명, 실업률은 3%였다.

그러다가 2월에 5만 6천명, 4.2%로 급증했고 3월에 6만 4천명, 4.6%로 증가한 바 있다.

현재 실업률은 IMF 구제금융 요청 직후보다 낮지만, 실업자 수는 벌써 초과했다.

문제는 조선업 위기에 따른 실업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인력감축을 골자로 한 조선업 구조조정안이 최근 나온 만큼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전망이다.

대형 조선 3사는 최근 확정된 자구계획 안에서 앞으로 2년 반 동안 인력을 3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 2'가 있는 거제지역에서만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 최대 3만명 가량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정년퇴직과 저성과자 구조조정 등으로 연평균 600여명씩 2020년까지 20%(3천여명) 감축계획을 세웠다.

삼성중공업도 올해만 1천500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2018년까지 30~40%(5천여명)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거제지역 양대 조선소 협력업체와 통영과 고성 등 도내 중소조선업체까지 합치면 3만명 가량의 실업자 발생 예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 고용정책단 관계자는 "1998년 초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IMF 사태 당시 최고 정점 상황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조선업 위기에 따른 도내 실업 상황은 하반기에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남도는 다양한 고용안정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직자 재취업 교육과 맞춤형 취업컨설팅 지원 프로그램 운영, 취업 알선을 위한 박람회 개최 등 다양한 고용안정 및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악화일로에 접어든 조선업 위기가 계속되는 한 이러한 실업대책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조선업과 철구조물 생산 등에 집중된 도내 업종을 점진적으로 전망이 밝은 미래 업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남대 경영학부 이창호 교수는 "대형 조선소 이외에 도내에서는 창업 중소기업 3분의 1 이상이 조선업과 철구조물 생산 쪽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러한 창업생태계가 대형 조선소 부실에 따른 조선업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앞으로 5년 정도는 이러한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정부나 지자체 등은 앞으로 대형 야드가 많은 조선업과 철구조물 업종을 항공이나 자동차 등 유망한 분야로 전환하고, 거기에 필요한 기술개발 등을 지원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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