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손님과 다툴 바에, 각자 계산하려거든 오지 말아 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과연 왜 그들은 더치페이를 그토록 반대하는 것일까요? SBS 취재진은 먼저, 서울 회기동에서 중국음식점을 하는 사장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
▷ 기자: 카드 결제로 ‘더치페이’하는 손님들이 많나요?
▶ 중국음식점 사장:
많아졌죠. 두 분이 더치페이면 그냥 빨리해 드려요. 어떤 때는 카드 4장까지. 뭐, 4장까지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4명이 왔는데, 카드 5장을 내미는 분도 있고요.
▷ 기자: 카드 5장이면 결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걸요?
▶ 중국음식점 사장:
단체 손님으로 여섯 분이 오는 경우도 많아요. 여섯 분 오면 테이블 2개를 붙여 드려요. 짬뽕 2개에 탕수육 큰 것, 군만두를 추가로 시키시죠. 다 드시고는 각자 계산해달라고 합니다. 여섯 분이 식사 계산을 해보면요, 군만두하고 탕수육 29,000원에 8,000원 더하면 총 37,000원이잖아요? 이걸 6등분 해달라고 그럽니다. 6,167원이죠? 그러니까 6,167원씩 각자 카드로 긁어달라 하시죠.
▶ 중국음식점 사장:
처음엔 다 해 드렸어요. 그렇게 몇 번 해보고 나니 너무 힘드니까, 각자 계산을 자제해달라는 안내 문구를 붙여놨습니다. 그런데 손님 대부분 생각하시는 게 내 돈 내고 먹는데 왜 더치페이를 막느냐는 식입니다.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더 심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사회생활을 많이 하셔서 대인관계가 원활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면 이해를 해주십니다. 그럴 땐 제가 오히려 송구스러워서 각자 계산을 해 드립니다. 문제는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 정도의 손님들이죠. 그런 분들은 내가 내 돈 주고 먹는데 ‘왜요?’가 먼저입니다.
▷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각자 계산을 원하는 손님들의 잘못인가요?
▶ 중국음식점 사장:
그건 아니죠. 다만, 장사하는 100집이 있으면 100집이 다 틀리지 않습니까? 100집이 있으면 저도 제 나름의 경영 방식이 있는 거죠. 손님마다 권리 이야기하는데, 그럼 제 권리는 어떻게 합니까? 저도 손님한테 해줄 도리는 다 합니다. 어차피 서비스 직업인데 이왕이면 다 해 드리려고 노력하죠. 그러나 손님과 업주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선을 넘어버리면 한쪽이 무너지지 않습니까? 저는 분명히 각자 계산을 자제해달라고 얘기했는데도 나갈 때 “각자 계산해주세요.”, “N 분의 1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면 어떡하나요.
▷ 기자: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달라, 그런 말씀인가요?
▶ 중국음식점 사장:
네, 종업원 한 명 두고 장사하는 처지에서 바쁠 땐 테이블 위 그릇 치우기조차 어렵습니다. 요즘 일하는 사람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죠. 평상시에는 요리하기도 바빠요. 음식이 즉석이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게 전혀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돈 있으면 내가 왕이다, 그러니 무조건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 된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죠.
▷ 기자: ‘더치페이 자제’ 문구를 붙여놓으면 떠나는 손님들은 없나요?
▶ 중국음식점 사장:
네, 있기는 한데 하지만 저도 문구를 붙일 때 생각을 되게 많이 했죠. 제 아내한테 물어보고, 주위에 지인들한테 물어봤습니다. 모험이 아니겠느냐, 곰곰이 생각했는데 하나를 얻게 되면 하나를 잃게 되잖아요. 제가 그냥 제 판단 기준에서 그렇게 한 거죠.
《 중국음식점 사장은 더치페이 결제를 요구할 때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바쁜 업주 처지에, 원 단위까지 N 분의 1을 계산해서 결제해주기에는 벅차다는 것이죠. 일부러 해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해줄 수 없는 여건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특히 바쁜 점심시간의 더치페이 결제는 손님 입장에서는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안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더치페이 불가’ 방침을 내건 여의도 국밥집 주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 기자: 더치페이 결제해주면 문제가 많다고요?
▶ 국밥집 사장:
여기 여의도는 점심이 되면 사람이 미어터져요. 7~8명이 단체로 밥 먹고 우르르 나와서 각자 결제해달라고 합니다. 결제하는 동안 또 다른 팀이 나오죠. 그러면 계산대 앞은 아수라장이 돼서 운영할 수가 없어요. 누구 한 명이 더치페이 하자고 카드를 내놓으면 군중 심리에 떠밀려서 너도나도 카드를 내놓죠. 그러면 자연히 결제하려는 줄이 길어지고, 기다리다가 결제 안 하고 가버리는 손님도 엄청 많아요.
▷ 기자: 결제를 안 하고 그냥 간다고요?
▶ 국밥집 사장:
많아요, 많아. 그러니까 제가 힘들어 죽겠어요. 내가 가뭄에 뭐 콩 나듯 각자 결제를 요구하면 다 해주죠. 요즘 직장인들은요,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주머니 어디 넣는지 몰라서 찾는 데만 3분, 4분이 걸려요. 그러다가 다른 팀이 나오고, 저기서도 나오고 아수라장이 되면 다 도망가버립니다.
▷ 기자: 황당하시겠어요?
▶ 국밥집 사장:
허허, 그것뿐인가요? 각자 결제하겠다고 8명이 카드를 내밀고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은 잔액이 없다고 나와봐요. 그런 친구는 다른 카드를 꺼내도 전부 잔액이 없다고 나와요. 손님들이야 카드 한 장 꺼내기 쉽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잔액 없는 카드까지 만나면 미칠 노릇이라니까요.
▷ 기자: 더치페이가 합리적인 서양문화라는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국밥집 사장:
제아무리 서양문화라 해도 상황에 따라서 해야죠.상대방을 전혀 배려 안 하는 게 문화라니 말이 됩니까? 저도 한가한 시간이면 10명 아니라, 30명이 와도 다 해주죠. 그 바쁜 점심시간에 한꺼번에 달려와서는 각자 결제한다고 카드만 내밀고, 어영부영하다가 확 빠져 나가버리고. 나중에 거의 뭐 반 이상 도망가버리고 없는데, 그런 게 문화예요?
▶ 국밥집 사장:
네, 그런데요. 요새 젊은 친구들은 신고 정신은 철저해서, 금융감독원에 카드 회사에, 어떤 때는 청와대까지 신고해요. 카드 안 받는 음식점이 있다고요. 불법이니까 어서 처벌해달라고….
▷ 기자: 바쁠 때 더치페이 결제를 못 해준다는 것뿐이지, 카드 결제 자체를 안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 국밥집 사장:
아유, 말도 마세요. 각자 결제 안 해준다고 눈에 뵈는 거 없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냥 뭐 바보같이 가만히 있어야죠. 그러다 보면 암 걸릴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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