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유세 연설은 항상 마지막에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자는 말로 끝납니다.
Make America Great Again. 위대한 이라는 단어로 자신을 높이는 동시에 다시라는 단어를 넣어서 마치 현재의 미국을 민주당이 망쳐놓은 것처럼 상대를 깎아내리는 전략을 담은 문장인데요, 그러면서도 열심히 일하는데 왜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는지 궁금해하는 중하위층 유권자들의 박탈감을 자극하고 있어서 효과적인 슬로건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제(8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승리 연설에서 트럼프의 이 슬로건이 미국을 옛날로 후퇴시키자는 뜻이라고 시원하게 꼬집었습니다. 정하석 특파원이 슬로건의 정치학을 취재파일에서 살펴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듭시다!]
[힐러리 클린턴/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말은 미국을 거꾸로 후퇴시키자는 말과 같습니다.]
슬로건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선거의 성격을 규정하기 때문에 각종 선거 때마다 모든 정당과 후보들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압축해서 표현해줄 한 마디를 고민합니다.
훌륭한 슬로건이란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슬로건인데요, 자신의 강점을 한껏 드러내면서 상대 후보를 꼬집어야 하고, 자신의 지지층을 결속시키면서도 거부감이 들게 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현재 유권자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줘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의 재건'은 1980년 당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먼저 썼던 슬로건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역대 가장 인기 있었던 대통령 가운데 하나인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것을 재사용함으로써 잘 나가던 80년대 시절을 그리워하는 유권자들을 겨냥한 향수 마케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전에 미국의 무엇이 위대했고,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그 위대함을 다시 세울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부풀리며 각자의 해석에 맡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주장을 간결하게 담아내면서 애매모호함을 적절히 버무리는 게 정치 슬로건인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60년, 미국이 사랑하는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대선 슬로건 "위대함을 위한 시간"이 있고요, 1976년 지미 카터의 슬로건 "변화를 이끌 지도자", 1992년 빌 클린턴의 "국민을 위해, 변화를 위해", 그리고 2000년 조지 부시의 "온정적 보수주의"와 마지막으로 2008년 오바마의 "변화, 우리는 할 수 있다."등이 있습니다.
트럼프에 맞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얼마 전 "함께 하면 강하다"라는 새 슬로건을 공개했는데요, 다인종 국가인 미국의 통합을 이루고 사회 계층 간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의미와 함께, 이제 자신이 후보가 된 만큼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도 다 같이 뭉치자는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시키자는 트럼프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도 담겨 있겠죠. 역시 짧고 쉽지만, 내용은 애매모호해서 정책을 비교하고 옥석을 구별해내는 건 유권자들의 몫입니다.
▶ [월드리포트] 슬로건으로 본 미국 대선 : 간결의 미학, 애매모호의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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