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서비스에 참여하려고 했던 도쿄대 여대생들은 이른바 '동대 미녀 도감' 사진집에 나온 여학생들이었습니다. 바로 그 동대미녀도감 2016년도판이 '5월 축제' 기간 중 판매되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일본 최고 사립대라는 게이오 대학과 와세다 대학 축제도 가봤는데요, 역시 도쿄대의 축제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일본 대학축제는 저렇게 각 학과별, 동아리별로 천막부스를 만들어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각종 먹을 거리를 팝니다. 술은 맥주 정도가 허용됩니다.
아침에 도착했는데 '모닝 맥주, 어떠세요?'하며 권하더군요. 먹을 거리는 꼬치구이, 오코노미야, 소바, 핫도그, 솜사탕 등 다양합니다. 저는 공학부 건물 앞에서 우주인용 초코렛 케이크를 샀습니다. 마른 고체형 과자였는데, 저희 딸은 안 먹더군요.
이렇게 연구실들을 돌아보다 보면 요즘 도쿄대에서 어떤 연구들이 이뤄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도에 붙은 A4용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정체학을 아시나요? 저희는 정체 현상을 연구합니다. 더 재미있는 내용은 000호실로…' 대형 강의실에선 시간대별로 교수나 외부 초청강사들의 강연도 이뤄집니다.
▶ 해당 영상 보러 가기
게이오대학의 경우 치어리딩(응원무용) 공연이 있었습니다. 공부도 열심, 동아리 활동도 열심입니다. 일본 대학의 경우 축제기간에 도서관도 휴관을 합니다.
이런 모습이 가능한 이유는 일본 기업들 덕분입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을 '스펙'만으로 뽑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은 사내에서 키워서 쓴다'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스펙이 다소 부족해도 그 사람의 열정과 실패 극복 경험, 조직 융화 능력 등을 먼저 봅니다. 면접에서 대학축제 때의 경험을 물어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레슬링 동아리도 인기입니다. 각 대학 축제에서 최고 인기 공연 중 하나 입니다.
구매하는 사람들은 역시 모두 남자였습니다. (제가 여성 구매자를 못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동대미녀도감에 수록된 학생들은 '비공식 서클'처럼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게이오 등 다른 대학에도 비슷한 모임이 있고, 사진집도 소규모로 판매가 됩니다.
'도쿄대 여대생 동반 서비스'에 참여했던 여학생을 안다는 한 학생은 "별다른 생각없이 참가를 했을 것이다. 여행사가 말하는 좋은 의미만 듣고 참가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도 10, 20대 여학생들을 어떻게든 상품화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학생들 영어 엄청 잘하죠? 일본 대학들은 한국 대학들의 국제화 노력을 배워야 해요." "도쿄대에서 요즘 뜨는 학과는 농학부예요. 바이오 생명 공학 등이 모두 농학부에 소속돼 있거든요." "게이오, 와세다 등 사립대 학생들은 명문대 간판 딴 뒤에는 공부 열심히 안 해요. 도쿄대는 다르죠." "올해 처음으로 도쿄대도 무시험 추천 합격자가 있었어요."
뜻밖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돌아왔습니다. 활기찬 축제의 모습과 달리 사실 도쿄대를 포함해 일본 대학들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세계 대학 랭킹에서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대들은 정부 지원 속에 이공계 분야에서 그럭저럭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사회과학 분야를 주도했던 사립대들이 국제화 부족으로 조금씩 뒤쳐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국 학생들은 스펙 과잉이 문제지만, 일본 학생들은 스펙 부족이 문제입니다.
일본에서 15년째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미국인 교수는 제가 참석했던 한 세미나에서 "일본 대학 교육은 0점"이라고 혹평을 하더군요. 학생들의 창의성이나 도전정신 등을 키워주지 못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축제 이야기로 시작한 일본 대학 이야기는 앞으로도 취재파일을 통해 좀 더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