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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소수당 권한 어디까지?…독일헌재 권한확대 청구 기각

'대연정 공룡' 견제 명분 내건 야당의 개헌 소청에 헌재 판단

"다수는 다수이다." 전후 독일(서독)의 근간을 닦은 콘라트 아데나워 전 총리는 일찍이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리를 이렇게 일갈했다.

민주주의는 그러나, 그 원칙이 관철되는 가운데서도 소수의 권리가 보호될 때 비로소 만개할 수 있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3일(현지시간) 이 민주주의의 운용 원리에 따라 다수가 지배하는 연방의회(분데스탁)에서 소수 권리의 한계선을 긋는 판단을 내놓았다.

소수 야당인 좌파당이, 재적 의원 4분의 1로 정족수를 규정한 기본법(헌법)의 위헌 법률심사 청구 같은 조항을 고쳐야 한다며 제기한 개헌 소청에 대해서다.

헌재는 이 정족수 자체가 다수 지배에 맞서는 소수 권리를 보장한 것으로서 여기서 말하는 소수는 특정한 야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모든 의원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면서 초당적으로 독립적 선택을 한다는 가정을 고려한다면 지금 해당 조항을 고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기각 취지를 밝혔다.

이번 결정을 책임진 헌재 2부 재판장 안드레아스 포스쿨레는 앞서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소수 사회민주당의 대연정 정부가 원내 두 야당인 좌파당과 녹색당에 크게 양보했다고 지난 1월 지적하며 기각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양보는 분데스탁에 조사위원회를 설치할 때, 유럽연합(EU)의 입법 행위가 보충성 원칙을 침해한 데 대해 유럽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할 때 각기 의원 120명을 정족수로 하자는 의사규칙을 2014년에 만든 것을 의미한다.

독일 헌법은 이에 대해 "의원 4분의 1의 신청이 있을 때에는 공개회의에서 필요한 증거를 조사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분데스탁은 의원 4분의 1의 신청이 있으면 소를 제기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해당 정족수에 대해 강제나 의무의 표현을 담지 않은 헌법과는 별도로 집권 정파가 의사규칙을 통해 소수 야당의 권리를 강화해 준 것이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의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으로 평가되는 위헌 심사 청구 권의 정족수 조정은 이번 결정에 따라 불발되면서 소수 야당의 권리 확장은 여기서 일단 멈췄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압도적 다수의 의석을 가진 대연정 집권 정파와, 이를 견제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극소수 의원을 지닌 야당의 권력 분포 때문이다.

2013년 총선 결과로 출범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3기 정부는 말 그대로 대연정 정부로서 집권 정파가 전체 630석 가운데 503석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2개 야당은 불과 127석을 점하고 있을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헌법에 담긴 정족수 4분의 1의 수치인 158석에 무려 31석이 모자라 야당은 야당다운 견제를 할 수가 없다는 분석이 잇따랐고, 그 결과로 의사규칙 합의같은 정치적 타협이 나왔다.

정치학자들은 그럼에도, 바로 이러한 소수 야권의 견제 약화와 집권 정파 주도 의제의 무한 관철 같은 문제를 대연정의 가장 큰 정치적 폐해로 지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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