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AP)
미국 뉴욕에는 고전 명화들을 놓고 의사와 형사들의 직무훈련을 시키는 미술전문가가 있다.
의사와 형사들을 병원이나 사건 현장이 아니라 박물관으로 데려가 명화 앞에서 훈련을 한다.
18~19세기 스페인 화가 고야의 `나체의 마야' 같은 명화들은 인류의 문화유산, 미적 감상의 대상, 역사적 시·공에 대한 통찰, 최근에는 부를 늘리고 감추는 상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능이 있다.
여기에 시각적 인지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의 직무교육·훈련이라는 새 기능이 발견된 셈이다.
시각 인지 훈련의 목적은 선입견에 사로잡히 말고 다각도로 보고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도록 정밀하게 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문화면에서 소개한 시각인지 전문가 에이미 허만이 미국 최대의 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뉴욕시 경찰관들을 데리고 수업하는 한 장면.
19세기 사실주의 화가 로자 보뇌르의 그림 '말시장'을 놓고, 허만이 보이는 대로 설명하라고 하자, 한 경찰관은 "낮인 것 같은데, 말들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카소의 1905년작 '라팽 아질에서'를 보고 있던 경찰관들은 프랑스 술집 라팽 아질에서 밤새 축제를 즐긴 듯 피곤한 기색으로 앉아 있는 남녀 한 쌍에 대해 "두 사람이 싸운 듯하다" "남녀가 일행인 것 같은데 남자는 소파에 드러눕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결같이 "같다" 거나 "…보인다" 같은 불확실한 표현을 쓴 것은 "명백히"라는 확정적인 표현을 피하라는 강사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평소 박물관 나들이를 할 틈이 없는 경찰관들로선 그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허만은 그게 도리어 교육에 좋다는 생각이다.
허만은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상관없다고 말해준다"며 가령 잭슨 폴록의 추상화와 피카소의 추상화를 비교하는 미술 수업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자료를 이용, 새롭게 보는 눈을 키워서 그 기술을 직무에 활용토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만은 경찰관들에게 "내 목표는, 여러분이 이 박물관을 나설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여러분의 직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먼은 박물관에서 경찰관들을 현장학습 시키기 전에 뉴욕 시경 지하 강의실에서 미국 화가 존 싱글턴 코플리의 세밀 묘사로 유명한 1773년 작 '존 윈스롭 부인'을 슬라이드로 보여주고 보이는 대로 말하도록 했다.
경찰관들은 윈스롭 부인이 복잡한 무늬의 레이스가 달린 가운과 화려한 장식의 모자 차림으로 과일 조각을 들고 탁자에 앉아 있는 이 그림에서 `과일을 손에 든 부인'은 모두 봤으나, 그림의 큰 부분을 차지함에도 주제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 탓인지 80%는 마호가니 탁자를 놓쳤다.
최근 '시각 지능'이라는 책을 출간한 허먼은 본래 직업이었던 변호사가 싫어져서 대학 야간과정을 통해 미술사 학위를 따고 `프릭 컬렉션' 교육담당 책임자로 일하다 지난 2011년부터 온전히 시각 인지 교육·훈련가로 나섰다.
`프릭 컬렉션'에서 예일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미술작품 연구를 통해 환자를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맡았다가 그 대상을 의대생 너머로 넓혀 새로운 사업을 개척한 것이다.
그림에 묘사된 것을 말해보라고 할 때 직업군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것도 흥미롭다.
"경찰관들은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늘 내 말이 묻힐 정도인데, 의사와 의대생들은 훨씬 조심스러워 한다. 의사들은 자신들이 틀리는 것을 싫어하고, 어떤 것에든 자신들의 무지를 보여주기 싫어한다"고 허만은 비교했다.
뉴욕시경은 허만의 시각 인지 훈련을 경찰학교의 형사부와 훈련부 정식 교과과정으로 채택했다.한 경찰관은 "허만은 경찰관들의 육감을 이용해 생각하는 것 말고 보는 것을 말하도록 가르쳐 준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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