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 학생입니다. 아기 때부터 폐에 염증이 생겨 산소호흡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놀이터에서 뛰어놀아본 적도 없는 성준 군을 위해 엄마는 자전거 뒤에 산소통을 매달아 자전거를 태워보기도 했고, 산소통을 튜브 위에 얹어 수영장이 너무 가보고 싶다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래 놀진 못했지만 말이죠.
자사의 가습기 살균제가 이렇게 치명적일 줄 옥시는 알고도 제품을 출시한 걸까요? 아니면 적어도 알아보고자 사전에 최소한의 유해성 검사라도 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검찰이 밤낮 가리지 않고 정황과 증거를 모으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성엽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권은진/임성준 군 어머니 : 그걸(뉴스를) 보고도 '어! 나도 저거 썼는데! 설마 저것 때문에 사람이 죽어?' 했지, '설마 저게 우리 성준이를 저렇게?' 이 생각은 전혀 안 했었어요.]
의문의 폐 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지목된 지 이제 5년이 지났습니다. 공정위가 살균제 제조 업체들을 고발한 지는 4년이 지났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지난 1월 특별 수사팀이 꾸려지면서 뒤늦게나마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검찰이 대단히 의욕적인 것은 물론,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검찰의 평소 태도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수사 의지가 강력하다는 표현이자 수사의 안정적인 추동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압도적인 지지 여론을 업고 싶은 거겠죠. 그래야 법원이 부지불식간 영향을 받게 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어제(27일) 소환 조사를 마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가 될 텐데요, 만에 하나,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면 검찰 수사는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이 자신 있다는 말뿐 아니라 탄탄하고 내실 있는 수사로 무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더 큰 관문은 다음 단계, 즉 영국 본사에 대한 수사입니다.
현재 옥시의 영국 본사는 한국 지사와는 법적으로 별개의 존재, 독립적인 회사라는 입장을 보이며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검찰은 이들의 소유관계를 명확히 파헤치고 살균제의 출시부터 회수까지 본사가 얼마나 영향력을 미쳤는지를 반드시 입증해내야 합니다.
살균제 개발 당시 위험성 여부에 대한 보고나 지시가 있었는지도 당연히 밝혀내야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과 영국의 사법공조가 이뤄진다 해도 거쳐야 하는 기관과 절차는 너무 많습니다.
검찰 수뇌부의 바람이나 일부 매체들의 촉구성 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사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사를 요청할지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요, 만약 영국 본사는 수사도 못 해보고 몇몇 개인을 형사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된다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현실화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취재파일]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 대한 검찰의 자신감과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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