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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지하철 시 '빵구집' 읽은 학생 "얼굴이 화끈거려요"

* 대담 : SBS 김종원 기자

▷ 한수진/사회자: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다 보면 문득 스크린도어에 있는 시가 눈길을 사로잡곤 합니다. 그런데 이 지하철 시를 놓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사회부 김종원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종원 기자 어서 오십시오.
 
▶ SBS 김종원 기자: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스크린도어를 읽는 것도 재미있어요. 근데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 SBS 김종원 기자:
 
말씀하신 데로 이걸 즐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스크린 도어에 띄엄띄엄 흰색글씨로 시가 적혀있는데 1호선부터 9호선까지 서울 지하철에 총 2천편이 넘는 시가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유명한 시들이라기보다는 아마추어 시민 작가가 쓴 시도 있고, 생소한 시들이 많습니다. 거기서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데 문제는 이렇게 많은 시들이 있다 보니 그 중에 아주 일부의 시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들게 한다 이런 민원을 받고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 민원이 들어온다는 거예요?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죠. 이유는 선동, 선정적이다. 그런 이유도 있고, 아니면 이념 편향적이다 선동적이다 이런 이유들이 있는데 몇 가지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빵구집 구멍 났다고 할 때 하는 ‘빵구집’이라는 시인데요.
 
빵구집이 있네
무엇이든지 구멍 나면 때워주는 그 집
홀아비 박씨 단 하나 못 때우는 게 있다면,
그 흔한 처녀는 그만두고
벙어리 과부 하나 못 때우는
그 빵구집
 
이게 실제 적혀있거든요. 내용상 7,80년대 동내에 하나씩 있을 법한 구멍 때우는 빵구집에 대한 내용을 쓴 건데 후반부 내용이 선정적이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읽혀질 수도 있겠어요.
 
▶ SBS 김종원 기자:
 
민원이 들어왔고요. 그 다음에 ‘목련꽃 브라자’ 라는 시입니다.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 할까
 
선혜라는 분이 작가의 딸이랍니다. 사실이 작가가 성장해 가는 자신의 딸의 실체를 목련꽃에 비유를 해서 쓴 건데 단어선택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이것도 선정적이라는 민원이 들어왔고, 몹쓸 인간에 대하여 라는 시인데 이건 암세포가 주제에요.
 
내 몸속에서 은밀하게 자라 시간을 갉아 먹는 암세포를 고귀한 인연이라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중략) 이것또한 귀하지 아니한가
 
수많은 지하철 승객 중에 분명히 암 투병을 하는 승객들도 있을 텐데 상처를 주는 게 아니냐. 무슨 궤변이냐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또 민원이 들어왔다.
 
▶ SBS 김종원 기자:
 
네, 그리고 마르크스 있지 않습니까? 사회주의 혁명가 맑스 라고 제목을 지었는데
 
'맑'스는 맑음의 덩어리 (중략) 반박이 불가능한 이 빵에 입을 대는 순간 포도주보다 붉은 혁명의 밤이 촛불처럼 타오른다
 
약간 사회주의적인 어떤 공산주의의 그래서 선동적인 내용이 들어왔고
 
▷ 한수진/사회자:
 
붉은 혁명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죠. 붉은 혁명이 마르크스 뭐 이런. 이념 편향적이다.
 
부자는 가난한 자들의 노동을 파먹고 가난한 자는 부자의 동정을 파먹고
 
이건 가난한 자 부자 서로 파먹는다. 계층
 
▷ 한수진/사회자:
 
계층의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 이런 민원
 
▶ SBS 김종원 기자:
 
이게 실제 들어온 시들이 지난해 이런 내용으로 10건 정도 민원이 들어왔고 그래서 실제 일부는 철거가 됐습니다. 마르크스나 목련꽃 브라자 이런건 철거가 됐고 일부는 아직 남아있어요. 올해 또 새로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서 이걸 이제 점검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게 시잖아요. 시적표현 문학적 표현 이렇게 이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의견도 있을 것 같아요.
 
▶ SBS 김종원 기자:
 
사실 그런 의견도 있고 제가 취재를 했지만, 저도 초반엔 약간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굳이 이렇게 까지
 
▶ SBS 김종원 기자:
 
이게 시적 표현이니까 그리고 굉장히 과한 표현 일부 들으시는 분들에 따라 다르시긴 하겠지만 문학적 표현으로 허용이 되는 수위 아닌가. 이정도면 이런 생각도 들긴 했는데 문제는 이걸 선택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이런 시를 보고 싶은 분들이 이런 시집을 사서 본다거나 인터넷에 찾아서 본다거나 이게 아니라 그냥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무방비로 걸려있어서 보기 싫은 사람도 보게 된다. 이런 의견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민 인터뷰를 해보니까 어린 학생 같은 경우는 아까 말씀드렸던 빵구집 같은 시를 보고 친구들이랑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것 같다 이런 얘기도 했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어요. 부적절하지 않느냐 이런 얘기를
 
▷ 한수진/사회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을 공공장소에
 
▶ SBS 김종원 기자:
 
게다가 이걸 게시하는 게 서울시라는 어떤 국가기관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지자체. 그렇다보니 공공기관이 공공장소에 논란이 될 만한 소지의 시를 공적으로 걸어 놓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 우리가 보고 싶으면 우리 돈 내고 영화관가서 본다거나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냐 이런 지적이 나오면서 어떤 공적인 기능을 고려해야한다 이런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일부 시는 실제 인터넷에서도 성추행 시 이런
 
▷ 한수진/사회자:
 
성추행시?
 
▶ SBS 김종원 기자:
 
네 성추행시다. 이런 식으로 젊은 분들 사이에서도 좀 논란이 되기도 했었거든요.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취재를 하면서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읽는 분들이 꽤 많이 있다는 뜻이에요. 유심히 보는 분들도 계시고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시들을 계시하게 됐을까요? 계시하는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 SBS 김종원 기자:
 
처음 시작이 됐을 때는 시민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보자 광고만 삭막하게 해놓지 말고 시도 좀 걸어 놓자 이러면서 시작이 됐는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서울시내 스크린도어가 5천개 가까이 됩니다. 그 중에 절반 정도가 안 되죠. 2천개 정도의 시를 선정해서 걸어 놓은 건데 그러다 보니 명시로만 채우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고, 너무 알려진 시만 알려지다 보니 일반 시민들의 시를 공모를 해서 25%를 채웠고요 나머지 75%가 문인단체들 전국에 보면 상당히 많은 문인단체들이 있습니다. 이쪽에서 공모를 받은 작품을 싫었는데
 
▷ 한수진/사회자:
 
시민들의 시가 문제가 되는건가요?
 
▶ SBS 김종원 기자:
 
일반 시민들의 시보다 오히려 문인단체의 시가 문제가 됐어요. 왜 그런가 하니 처음에는 심사 기준이 있었어요. 전문가도 한명 있고 여러 명의 서울시 관계자들도 있고 문학인도 있고 교수님도 있고 상당히 많은 전문가가 시를 하나씩 보면서 뽑았는데 이게 교체가 되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문인단체들이 개입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여기에 시가 걸리면 5만원을 받는답니다.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기 시가 걸리는 게 굉장히 문인단체 입장에서는 영광스러운 일로 여겨진다고 해요. 그러다보니 75%에 달하는 문인단체에서 서로 본인들 단체의 시가 걸리게 하게끔 여러 가지 방향으로 입김을 불어 넣었다는 거죠. 개입을 하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처음에 세웠던 심사기준이 흐트러지면서 전문가들이 대거 빠지게 되고 아는 사람들끼리 시가 알음알음 선정이 됐는데 그러다 보니 약간 논란이 될 수 있는 시들이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걸러지지 않고 걸어졌다. 이게 이제 실제 시를 쓰는 분들도 이렇게 분석을 하고 계시고 서울시도 그런 문제점을 본인들 스스로 느끼고 있는 그런 단계였어요.
 
▷ 한수진/사회자:
 
문제점을 느꼈으면 선정방식도 바뀌겠네요.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인원이 사실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꾸준히 민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 8월부터 선정방식을 바꿉니다. 일단 지금은 없는 누구가 알법한 명시들을 50%로 채우고 나머지 50%는 시민들의 공모작 철저한 공모과정을 통해서 철저히 심사를 해서 뽑아서 공모작으로 50% 채우고 문인단체들의 시는 일단 빼는 방식으로 이 방법도 그렇다고 문인단체의 시를 완전히 빼는 건 좀 그렇지 않냐 충분한 토의과정과 초반에 새웠던 기준만 잘 지키면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있는데 어쨌든 서울시는 올 8월부터는 이렇게 바꾸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스크린도어 시 논란 관련해서 말씀 나눴습니다. SBS 김종원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SBS 김종원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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