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스페인 국경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르불루에서 스페인 와인을 쏟으며 프랑스 와인 양조업자들이 시위하는 모습 (사진=AFP)
프랑스 남부 와인 양조업자들이 자국산보다 느슨한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저렴한 스페인 와인의 수입이 늘어난 데 분노해 스페인산 수송차량을 납치해 길에다 쏟아버리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피레네조리앙탈과 오드 지역 와인업자 150여명은 스페인 국경 근처 르불루 마을 인근의 고속도로를 지나던 스페인 와인 수송차량 5대를 가로막고 와인이 가득 든 탱커 마개를 열어 길에다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쏟아부었습니다.
업자들은 수송차량 2대를 완전히 비웠고 나머지 3대도 안에 든 와인 절반가량을 길에다 버렸습니다.
길에 버려진 와인은 7만ℓ 정도로 보통 와인병 기준으로는 9만 병 분량에 해당한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습니다.

업자들은 탱커 밖에 '부적합한 와인'이라는 문구를 크게 적은 뒤에야 차량을 풀어줬습니다.
프랑스 경찰은 현장에서 이 과정을 지켜봤으나 '사회조직 활동'으로 간주해 제지하지 않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습니다.
프랑스 와인업자들이 과격 행동에 나선 것은 최근 수년간 자국보다 덜 엄격한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스페인산 와인 수입이 늘어나면서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불만 때문입니다.
이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자국산 와인에 대해 당국이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스페인 와인업자들이 남미 등지의 와인을 섞어서 스페인산으로 속여서 팔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드주 와인업자 조합의 프레드릭 루아네 대표는 "프랑스 와인 도매가가 100ℓ당 78유로(약 10만 2천 원)인데 비해 스페인산은 그 절반 이하인 32유로"라면서 "프랑스 업자들이 스페인 규정에 따라 와인을 만든다면 판매를 허락받지 못할 것"이라고 성토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014년 스페인산 와인 수입량이 5억 8천만ℓ로 전년 대비 40% 급증하는 등 스페인산 와인 수입량은 갈수록 증가 추세입니다.
이에 비해 프랑스산 와인은 세계 최대 와인 생산자의 지위를 잃는 등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의식에다 강성으로 소문난 남부 와인업자들의 성향도 이런 시위의 배경이 됐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1907년에도 오드 지역 도시 나르본에서는 눈속임 와인에 불만을 품은 와인 업자들의 폭동으로 6명이 숨졌습니다.
이들은 최근에는 도로사이클 대회 투르드프랑스 주최 측이 칠레 와인 회사를 공식 스폰서로 삼자 이에 반대해 경기 구간을 막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