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침 고(故) 김주희 양의 아버지 종필(53) 씨 부부는 상복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 옷차림을 하고 일찌감치 경기도 화성의 집을 나섰다.
김 씨 내외가 2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곳은 충북 청주였다.
더 엄밀히 말하면 청주지법이다.
지난해 9월 30일 이후 5개월 하고도 보름 만의 청주행이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 끝의, 한편으론 무겁고 서글픈 마음이 교차하는 청주행이다.
청주지법 앞에 도착한 김 씨 부부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피켓을 꺼내 들었다.
'재판장님! 피해자의 피맺힌 한을 풀어주십시오' 피켓에는 만 11살의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날은 '고 김주희 양 의문사 사건'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있는 날이었다.
시각 장애와 뇌병변을 앓던 김양은 2012년 11월 8일 오전 5시 50분께 기숙 생활을 하던 충주 성심맹아원에서 의자 팔걸이와 등받이에 목이 끼여 숨진 채 당직 교사였던 강모(44·여) 씨에 의해 발견됐다.
더 좋은 시설을 찾아 경기도에서 충주까지 내려와 맹아원에 입소한 지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김 씨 부부는 맹아원 측의 관리 소홀이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원장과 강 씨 등 관계자 5명을 유기 치사와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양의 죽음과 뚜렷한 인과 관계가 없다며 맹아원 관계자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억울했던 김 씨 부부는 2014년 7월 21일 대전고법에 재정 신청까지 낸 끝에 어렵사리 강 씨만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재판이었지만 공판을 거듭할수록 김 씨 부부의 억장은 무너졌다.
피해자를 대변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재정 신청이 받아들여져 공소 제기된 재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김 씨 부부로서는 이런 검찰을 지켜보는 내내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강 씨는 지난해 4월 청주지법 충주지원에서 응급조치를 제때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실망은 계속됐다.
딸아이 죽음에 비해 죗값이 약하다고 생각한 김 씨 부부가 항소를 원했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김 씨 부부가 원했던 항소는 무죄를 주장하는 강 씨에 의해 이뤄졌다.
항소심 첫 공판 때 강 씨 측 변호인은 김양의 사인 관련 의료기관의 진단 결과에 대한 사실 확인 조회를 요청, 이 절차를 밟는 데만 5개월이 넘게 걸렸다.
반면 이날 열린 두 번째 공판은 단 20분 만에 끝났다.
검찰이 피고인의 혐의 입증에 적극적이지 않은 터라 재판은 사실상 다툼이 없었다.
그렇게 끌어온 항소심 재판은 이제 선고만 남겨두게 됐다.
강 씨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김양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피고인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탄원서를 내는 것 외에는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김씨는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1심 이상의 형벌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도 억울한데 항소심에서 무죄라도 나온다면 죽은 딸아이의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용시설에 있던 딸 아이가 영문도 모른 채 숨졌는데 아무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죄를 물어야 할 검찰이 피고인을 변호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걸 보면서 억장이 무너졌다"고 항소심까지 지켜본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몸이 성치 못했던 어린 딸을 의문 속에 보낸 지 벌써 3년여가 지났지만, 얼마가 걸려도 좋다"며 "할 수 있는 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아버지로서 딸아이의 억울함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울먹였다.
강씨의 항소심 선고 재판은 다음 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
"검찰도 등 돌린 뇌병변 딸아이 죽음…진실 끝까지 밝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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