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바다에 몸을 던진 심청은 과연 효녀일까.
부모에게 자식의 죽음은 평생 지울 수 없는 큰 고통인데, 딸이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다면 감동할 아버지가 있을까.
다양한 철학 교양서를 펴낸 이진경(본명 박태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신간 '파격의 고전'에서 심청전, 홍길동전, 콩쥐팥쥐전, 허생전, 장화홍련전 등 친숙한 우리 옛 소설을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분석한다.
그는 심청이 '마조히스트'(학대를 당했을 때 쾌감을 느끼는 사람)가 아닌지 반문한다.
심청의 죽음은 명령에 대한 절대적 복종이 아니라 명령의 부당성을 드러내는 항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심청전은 단순히 효(孝)를 설파한 소설이 아니라 진정한 효가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심청전을 비틀어 읽은 저자는 적자와 서자의 차별을 타파하고 정치를 개혁하려는 내용을 담은 홍길동전도 보수적인 텍스트라고 본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홍길동은 관가를 털고 왕에 대항하는 소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왕이 병조판서에 임명해 준다고 했을 때 활빈(活貧) 활동을 중지하고, 율도국을 세운 뒤에는 작고한 아버지의 묏자리를 성대하게 만든다.
엄격한 유교 국가의 희생양이었던 홍길동은 입신양명하지만, 자신과 같은 서자를 구제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존 사회 체제를 충실히 따른다.
결론적으로 홍길동은 혁명을 꿈꾼 것이 아니라 성공을 원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이 '올바른 소설'이고 '윤리적이고 상식적인 소설'이어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틀을 깨는 읽기를 통해 흥미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글항아리. 520쪽. 2만 2천 원.
(연합뉴스)
'심청은 효녀가 아니다!'…옛 소설 비틀어 읽기
이진경 '파격의 고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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