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희생된 한 살배기의 출생·사망신고 기록이 없더라도 과거사 정리위원회 보고서와 주변 진술이 믿을 만하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대하리 피란민 일가족 희생사건'으로 숨진 1950년생 조인현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010년 지리산으로 피란을 갔다가 조 씨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대하리 피란민 희생사건의 진실규명을 결정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 씨 가족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하리에 거주하다가 "국군이 마을을 수복하면 인민군 치하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인다"는 말을 듣고 1950년 초겨울 지리산 여내골로 몸을 피했습니다.
인민군 역시 "내려가면 죽는다"고 해 산기슭에 집을 짓고 살다가 이듬해 초겨울 무렵 토벌작전에 걸렸습니다.
과거사위원회는 보고서에 "강 월선과 당시 한 살이었던 아들 조인현은 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기재하고 모자를 모두 희생자로 확인했습니다.
당시 살아남은 사촌 동생 등은 과거사위원회 결정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이 났습니다.
하지만 2심은 제적등본과 족보에서 조 씨의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진실규명 신청서에는 조 씨의 나이가 '3세'로 돼 있고 참고인 진술서에는 '2세 가량'으로 나오는 등 희생자로 인정하기 어려운 정황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쟁 중 어지러운 사정을 감안하면 조 씨가 군경에 희생됐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해 출생신고를 못하던 중 만 2세가 되기 전 사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엇갈리는 나이에 대해서도 "사망 당시 만 1세를 넘긴 지 오래된 무렵이어서 제 3자에게는 우리나라 나이로 2세나 3세로 보였을 것"이라며 "관련자들이 나이를 다르게 진술하는 사정만으로 조 씨의 희생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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