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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중재 전당대회' 해법 놓고 분열 조짐

5일(현지시간) 별세한 낸시 레이건 여사의 남편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하나로 묶어 놓았던 미국 공화당이 지금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있다.

이른바 '중재 전당대회' 해법을 놓고서다.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를 저지해야 한다는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과연 이같은 '정치적 극약처방'을 써야 하느냐를 놓고는 공화당 내부가 극심한 균열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현 대선 국면에서 '반(反) 트럼프' 전선을 구축하는 차원을 넘어 당의 주도권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배가 주목된다.

현재 중재 전당대회 해법을 둘러싼 공화당 내 논의의 지형은 세 갈래로 갈린 모습이다.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어떤 식으로든 저지해야 한다는 목표에 따라 필요한 중재 전당대회 카드를 써야 한다는 당의 정통 주류와, 당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비주류가 대립하는 가운데, 결정권을 쥔 당 지도부는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다.

중재 전당대회도 불가피하다고 분위기를 띄우는 쪽은 주로 당의 정통 주류를 이끄는 원로그룹이다.

특히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전 주지사와 2008년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이 그 중심에 서있다.

물론 이들이 경선 레이스가 한창인 지금부터 노골적으로 중재 전당대회를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이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경선 상황에 따라 '최후의 보루'인 중재 전당대회 카드도 검토해야 한다는 쪽으로 당내 여론을 모아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가의 한 소식통은 "중재 전당대회라도 열어서 트럼프를 막아야 한다는 '침묵하는 주류'의 견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보수주의 운동인 '티파티' 세력을 비롯한 당내 비주류는 중재 전당대회 구상 자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당의 주류를 개혁하라는 당심(黨心)을 거스르면서 당 지도부가 인위적으로 경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특히 과거 티파티 세력을 이끌어온 테드 크루즈는 6일(현지시간) 중재 전당대회 불가론을 공개로 제기했다.

크루즈는 CBS방송에 나와 "중재 전당대회는 당 주류가 열광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이라며 "기득권 세력은 지금 공황 상태에 빠졌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루즈가 이처럼 불가론을 들고나온 데에는 실제 중재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당 지도부가 주류 후보인 마르코 루비오를 밀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강경보수 논객인 글렌 벡은 ABC 방송에 나와 "나는 트럼프에게 절대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그의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논평가인 러시 림보 역시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트럼프가 일으킨 반란은 공화당의 심장을 바꿀 수 있다"며 "당은 아마도 완전히 환골탈태할 것이며 그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1990년대 중반 공화당을 이끌었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주의(Trumpism)는 당 주류가 바라는 것이 아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당 주류가 미는 마르코 루비오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당 주류가 유권자들로부터 얼마나 깊은 불신을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권'을 쥔 당 지도부는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린스 프리버스는 ABC 방송에 나와 "현재로서는 경선 규정을 바꾸거나 지명 과정을 도중에 변화시킬 생각이 없다"며 "중재 전당대회가 가능하지만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게는 당의 주류 후보들이 선전해 트럼프를 꺾거나 아니면 3파전 구도를 팽팽하게 이어져 자연스럽게 중재 전당대회를 열 수 있는 '조건'과 '정치적 환경'이 충족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 추세대로 트럼프가 압도적 선두를 유지해나간다면 비록 '매직넘버'(전체 대의원 2천472명 가운데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수 1천237명)를 넘기지 못하더라도 중재 전당대회를 추진하는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결정을 당 지도부가 인위로 바꾸는 모양새가 되면서 당내 갈등은 물론 당 전체의 공멸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심 중재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당 주류 후보들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 주류후보로 4위에 그치고 잇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6일 ABC 방송에서 "현재의 경선 구도로는 나와 루비오, 크루즈가 향후 경선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트럼프가 과반을 넘기기 어렵다"며 "결국 중재 전당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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