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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부자들' 조우진 "조상무 응징 장면, 감독판에 나올까요?"

[인터뷰] '내부자들' 조우진 "조상무 응징 장면, 감독판에 나올까요?"
"어이 안상구 사장, 사장 사장 해주니께네 다 똑같은 사장으로 보이요? 사이즈가 다르잖아!"

대사대로 사이즈와 색깔이 다른 악역이다. 툭 하고 찌르면 녹색 피가 나올 것 같다. 감정을 거세당한 듯한 메마른 얼굴에 사무적인 말투, 강렬하고 싸늘하다. 단순한 잔인함을 넘어서 서늘한 냉기가 온몸을 타고 흐른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의 강력한 신스틸러 조우진에 대한 이야기다.

'내부자들'은 개봉 26일 만에 전국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흥행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이 영화의 성공엔 배우들의 흡입력 넘치는 명연기가 있었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배성우 등 화려한 면면의 배우들이 영화를 장식하는 가운데 새로운 얼굴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바로 조상무를 연기한 신예 조우진이다.

윤태호 작가는 자신의 웹툰을 옮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로 조우진을 꼽았다. 영화 속에서 네 시퀀스, 약 10분 남짓밖에 나오지만 않지만 원작자도 이 배우에게 반했다.

"원작자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구름에 탄 느낌이었어요.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 돈도 백도 없었다…오디션으로 따낸 배역

영화를 보고 난 뒤 이병헌의 후광을 얻은 배우가 아닐까 했다. 조우진의 소속사 유본컴퍼니는 이병헌의 소속사 출신의 관계자가 차린 신생 기획사다. 그러다 보니 이병헌이 캐스팅되고 자연스레 입성한 게 아닐까 하는 얕은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오해였다. 조우진은 소속사도 없던 시절 혈혈단신으로 오디션을 봤고, 당당하게 실력으로 배역을 따냈다. 영화를 끝내고 데뷔 이래 첫 소속사도 만나게 됐다. 

"처음엔 조상무 수하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지정 대사 세 가지가 주어졌는데, 그중에 조상무 대사도 있었죠. 고향이 대구다 보니 사투리를 쓰는 조상무 대사가 가장 빨리 외워지긴 했어요. 오디션을 보시던 조감독님이 제가 들어갔을 때 피곤에 쩔어 있었어요. 그런데 대사를 하고 나니 그분의 표정이 풀리는 거예요. 제가 오디션 장에선 조상무를 좀 더 활기 넘치게 연기했었거든요"

조감독의 눈에 든 조우진은 우민호 감독이 참석하는 최종 오디션을 한 차례 더 치렀다. 조우진은 "총 5테이크를 갔는데 감독님이 무미건조한 연기를 주문했어요. 악행을 저지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천편일률적인 업무를 본다는 느낌으로 연기하라시더군요. 지시를 반영하면서 오디션을 보기는 했는데, 뭔가 부족하고 찜찜한 기분이었어요. 탈락할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것도 이름도 없는 '수하1'에서 '조상무'라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배역이 수직 상승했다. 조상무 역할을 위해 촬영 전 8kg가량을 찌웠다. 그 이유에 대해 "인터넷으로 대기업 임원분들 사진을 찾아보니 깡마른 분들은 거의 없더라고요. 게다가 이병헌 선배나 배성우 선배랑 연기를 해야 하는데 어려 보이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라고 말했다.

총 12회차의 촬영, 10분 남짓한 등장. 조우진은 '내부자들'의 신스틸러로 관객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 이병헌-배성우와의 연기 "호흡을 맞추다? 따라갔을 뿐"

"호흡을 맞춘다는 생각이 아니라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극 중에선 가해자지만 연기로는 제가 후배잖아요. 경험도 많으시고 연기가 검증된 분들이니 내가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몰입했어요"

영화의 흥행과 함께 조우진의 연기도 엄청난 화제를 몰았다. 대구 지역의 억양과 발음을 극대화한 사투리 대사는 관객들의 모사를 불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인기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인기요? 전혀 실감이 안 나요. 밖에 돌아다녀도 아무도 알아보시지 못하던걸요. 아직도 조상무를 연기한 조우진이라는 배우에 대해 스스로 판단이 안 서요. 제가 잘한 게 맞나요? 필모그래피가 짧다 보니 스크린에서 제 모습을 보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는 판단하기도 어렵더라고요"  

조상무는 잘나가는 안상구에게도, 복수를 꿈꾸던 안상구에게도 번번히 좌절을 안긴 악역이었다. 그러나 안상구가 펼친 응징의 드라마에서 조상무의 말로는 등장하지 않았다. 안 찍은 것일까 아니면 안 나온 것일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시죠? 만약 감독판에 나온다면 많은 분들이 통쾌해하실 만한 안상구의 복수 장면이 나올 겁니다"
◆ 16년의 기다림…준비된 신인

조우진은 서른여덟 살의 늦깎이 신인이다. 대학(서울예대 연극과)도 남들보다 2~3년 늦게 들어갔으며, 데뷔도 조금 늦은 편이다.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해 2012년부터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진출해 영화 '원더풀 라디오', '관능의 법칙', 드라마 '기황후', '비밀의 문' 등에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배우의 꿈을 꾸게 된 계기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를 언급했다. 5살 무렵에 봤던 SF영화가 '연기'라는, '배우'라는 꿈을 지핀 것이다.

처음엔 가족들도 "문디, 지랄하고 앉았다"라고 콧방귀를 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뚝뚝한 아버지가 아들의 진로를 반대하는가족들에게 "내 자식 내가 아는데, 가가 어디가서 폐는 안 끼친다"며 격려의 한마디를 던졌다. 따뜻한 격려만큼이나 힘이 되는 말이었다. 그렇게 조우진은 서울로 상경했다. 

생각해 보면 막막한 시작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연극판에서 배를 곯아가며 연기에만 빠져 지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16년, 조우진은 '내부자들'을 통해 어디 가서도 부끄럽지 않을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그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런 것 아직 모르겠다. 그저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하고 싶다. 더 많이, 더 오래 연기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2015년 충무로가 발견한 수확인 조우진은 2016년 또 다른 얼굴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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