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호랑이라는 뜻의 '대호'는 지리산의 '산군(山君)'으로 불리던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명포수 천만덕 사이의 운명적인 대립과 교감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명량'으로 1천7백만 관객을 모은 관록의 배우 최민식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100% CG로 생생하게 구현된 호랑이 그래픽은 한국 영화 그래픽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작비만 170억 원 넘게 들어간 대작입니다.
'히말라야'는 또 다른 '믿고 보는 배우'와 실화의 감동이 어우러진 대작입니다. '국제시장'과 '베테랑'으로 연속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쌍천만' 배우 황정민이 산악인 엄홍길 대장으로 변신했습니다.
등반 중 사망한 후배 대원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 원정에 나선 산악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습니다. 네팔과 몽블랑 등에서 촬영한 웅장한 설산 영상에 산악인들의 뜨거운 우정과 인간애가 어우러진 휴먼 스토리입니다. 역시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입니다.
스타워즈는 두말할 필요 없는 세계적인 화제작입니다. 개봉 날짜도 전 세계가 동일 시점으로 맞췄습니다. 4-5-6, 1-2-3으로 시간을 거슬러 이어져 온 시리즈에서 7-8-9로 이어지는 새 3부작의 시작입니다. 감독과 주연 배우가 모두 새 얼굴로 바뀌었고, 원조 스타 커플인 해리슨 포드와 캐리 피셔가 복귀해 신구의 조화를 노립니다.
12월 중순에서 크리스마스 사이는 7월 말~8월 초와 함께 극장가의 최고 성수기입니다. 그래서 큰 흥행을 노리는 대작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맞춰 개봉 날짜를 잡습니다. 이 때문에 대작들이 맞대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작 3편이 동시에 맞붙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빅3의 정면 대결을 코앞에 두고 치열한 홍보전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빅3는 빅3 대로,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작은 영화'들은 '작은 영화'들 대로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와 이벤트, 매체 광고에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쏟아붓고 있습니다. 개봉 첫 주에 누가 기선을 잡느냐가 영화의 전체 승패를 사실상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각 배급사들은 개봉 첫 주 영화 성적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체 관객 수를 예측합니다. 개봉일부터 첫 주말, 이어지는 월요일과 화요일 정도까지 관객 수를 알면 최종 관객 수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외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영화는 이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적을 냅니다.
시뮬레이션엔 다양한 지표가 동원됩니다. 우선, 비슷한 장르 영화의 과거 흥행 성적을 봅니다.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의 경쟁력과 개봉 일정, 최근 5개년 간 같은 기간의 평균 관객 수 등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입증된 몇 가지 이른바 '공식'도 생겼습니다. 개봉 첫 주에 시장 점유율이 35%를 넘기면 일단 빅 히트를 기대해볼 만 합니다. 첫 주에 35%를 돌파하고 두 번째 주 점유율이 25%를 넘기면 흥행은 굳히기에 들어간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대부분 영화들은 첫 주 관객 수에 2.5를 곱하면 최종 스코어와 거의 비슷합니다. 첫 주에 150만 명이 들었으면 마지막 스코어는 375만 명 정도로 보면 됩니다. 관객 수 500만을 넘지 못하는 영화들은 오차 범위 2-30% 이내에서 이 공식에 거의 들어맞습니다.
천만을 돌파하려면 훨씬 더 많은 뒷심이 필요합니다. 관객을 천만 이상 모은 영화들은 최종 스코어가 첫 주 관객의 4배 안팎까지 치솟습니다. 대표적인 예 몇 개만 꼽아 보겠습니다.
제목 | 개봉일 | 첫 주 관객 수 | 최종 관객 수 |
명량 | 2014, 7.30 | 4,767,617 | 17,615,039 |
베테랑 | 2015.8.5 | 2,761,634 | 13,413,694 |
암살 | 2015.7.22 | 3,370,006 | 12,704,889 |
12월 중순은 하반기 성수기의 시작이지만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상반기보다는 시장이 다소 작습니다. 평균 관객 수가 7말~8초는 700만에서 800만 사이인 반면 12월 중순은 500만 명 정도입니다. 1위로 선전해서 이 가운데 35%를 차지하면 175만 명을 모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식에 따라 2.5를 곱하면 예상되는 최종 관객 수는 437만 명 정도가 됩니다.
알려진 대로라면 제작비 170억 원이 들어간 대호는 550만 명 정도는 모아야 손익 분기점을 넘길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도 관객이 420만 정도는 넘겨야 수지의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계산 상으로는 만만치 않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국제시장은 첫 주 관객 수가 150만 명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최종 관객 수는 1천4백만을 넘었습니다.
국제시장이 공식을 뛰어넘어 역대 최다 관객 동원 2위에까지 오른 건 놀라운 뒷심 덕분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슷한 시기 개봉 영화 가운데 별다른 경쟁작이 없었던 덕도 많이 봤습니다. 국내 블록버스터 두 편과 세계적인 화제작까지 빅3가 동시에 맞붙은 이번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 그대로 이 '별들의 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또 이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인지, 업계는 물론 영화팬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큽니다. 각 영화의 관계자들이 김밥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마지막 홍보 전쟁에 올인하고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