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허공에 손을 놀리며 쌈을 싸먹고 있습니다. 먹은 후에 최고라는 손짓도 잊지 않습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바로 TV ‘먹방’ 프로그램 중 한 장면입니다. 수화 통역사가 출연자들이 음식 먹는 모습을 수화로 통역하고 있던 겁니다. 없던 입맛도 생길 것 같은 수화의 마술사! 그래서 스브스뉴스에서 이 분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강효경 / 경력 27년 수화통역사
Q : 원래 ‘먹방’ 수화는 그렇게 하나요?
A : 계속 먹더라고요. 계속 맛있다고 하고… 수화에 ‘맛있다’는 표현은 하나밖에 없어서 출연자들이 먹는 모습과 동작, 표정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했어요. 쌈도 꼭 2장 이상 싸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동작을 똑같이 표현하는 거에요. 이 음식이 어떤 맛인지, 제가 실감나게 전달해야 하는 거죠.
‘달다’는 표현도 이런 표정의 ‘달다’와 이런 표정의 ‘달다’는 다른 거거든요. 찍어먹는 표현도 이건 ‘짜다’고, 이건 ‘시다’에요. 미묘한 입술 모양의 차이로 그 뜻이 달라지는 거죠.
Q : 그런데…솔직히 조금 과장하신 것 아닌가요?
A : 수화는 농아인의 모국어에요. 세심하고 과장되게 표현을 해줘야 전달이 더 잘 돼요. 사람들이 욕인 줄 아는 동작도 있는데, 이건 ‘산(山)’이에요. 엄지를 꼭 들고 이렇게 산을 그려야 ‘산’이 되는 거죠.
Q : 이런 동작도 그럼 다 뜻이 통하는 건가요?
A : 네, 그렇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쓰는 몸동작은 거의 뜻이 전달된다고 보면 돼요. 요즘 쓰는 이런 하트 모양도 전부 쓴답니다.
Q : TV 화면에는 작게 나와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농아인은 방송에서 오로지 수화 화면만 봐요. 예전보다 수화 장면이 커지긴 했지만, 좀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먹방 수화’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수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