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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의 마지막 고백…'내 삶의 의미'

"내 삶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라고 하시는데, 난 내가 삶을 산 거라는 확신이 그다지 서지 않는군요. 오히려 삶이 우리를 갖고 소유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살면서 선택권을 거의 갖지 못했습니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사적이며 일상적인 의미의 역사가 나를 이끌었고, 어떤 면에서는 나를 속여 넘겼지요. (11쪽)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1914~1980)는 전투기 조종사, 외교관, 영화감독 등 다양한 삶을 살았다. 그는 로맹 가리라는 실명과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번갈아가며 소설을 발표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공쿠르상을 두 번씩이나 거머쥔다.

그는 로맹 가리로 '유럽의 교육', '하늘의 뿌리'를, 에밀 아자르로 '자기 앞의 생', '그로칼랭' 등을 발표하고 1980년 파리에서 권총 자살한다.

로맹 가리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에밀 아자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로맹 가리의 구술 회고록 '내 삶의 의미'가 한국에서 출간됐다. 그는 목숨을 끊기 몇 달 전 라디오 캐나다 방송에 출연해 평범하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그 내용을 녹음해 담은 것이 바로 '내 삶의 의미다'다. 로맹 가리는 회고록에서 "자전적 작품을 또 쓸 만큼 내 앞에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작가가 남기는 마지막 고백인 셈이다.

그는 자신에게 헌신적이었던 러시아 출신 어머니의 이야기, 학생 시절 매음 아르바이트를 할 뻔했던 기억, 2차 세계대전 당시 눈먼 조종사에게 말로 설명해 착륙시킨 사건, 외교관 시절 섹스 스캔들 등을 재치있게 읊는다.

또 드골 장군, 앙드레 말로, 제리 쿠퍼 등과의 인연도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의 인생과 문학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어머니로부터 시작된 여성에 대한 사랑이었다.

로맹 가리는 "내가 어머니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쓴 모든 것에 영감을 준 것은 여성성에 대한 나의 열정이었다"며 "내 책들이 여성성을 향한 사랑을 얘기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였다는 사실은 그의 사후 조카에 의해 폭로된다.

그는 죽기 전 에밀 아자르의 비밀을 밝히는 글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을 출판사에 발송해 이런 사실을 대중에 확인시킨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실제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며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에서 진정한 나를 절대 알아볼 수 없다"고 미디어와 대중에 쓴소리를 남긴다.

백선희 옮김. 문학과지성사. 13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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