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당국이 지난달 말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가 폭탄 폭발로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테러설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영국·미국 정부 관리들은 4일(현지시간) 폭탄 폭발로 여객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을 일제히 제기했습니다.
영국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더 많은 정보가 드러나면서 우리는 그 여객기가 폭발장치에 의해 추락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한 관리도 정보 당국 분석을 인용해 IS나 그 연계 세력이 사고 여객기에 폭탄을 설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화물칸이나 다른 곳에 설치된 폭탄이 원인이라는 강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여객기는 지금까지 나온 조사 내용으로 봤을 때 사고 당일 공중에서 분해되고 나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IS가 쏜 미사일에 격추됐을 가능성이 배제되면서 기내 폭탄 설치 공격이 이뤄졌다는 추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여객기 추락 사고가 1988년 '로커비 사건'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로커비 사건은 1988년 12월21일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 뉴욕으로 향하던 팬암항공소속 보잉 747기가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공중 폭발한 사건을 말합니다.
이 폭발에 이은 비행기 추락으로 승객과 승무원 259명과 로커비 지역 주민 11명 등 270명이 숨졌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합동 조사 결과 범인들은 라디오카세트 녹음기에 장착된 폭탄을 옷가방 속에 넣은 다음, 이 가방을 팬암 항공기에 '소포' 방식으로 옮겨 항공기를 폭파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인들은 폭탄이 실린 화물을 지중해의 몰타섬에서 화물기에 실은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이 가방이 팬암 항공기로 적재된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팬암 항공기 조종사들은 폭발 직전 지상관제탑에 어떠한 조난 신고나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은 1989년에도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UTA 여객기가 그해 9월19일 아프리카 니제르 사막 상공에서 폭발해 프랑스인 54명 등 17개국 출신 승객 170명이 숨졌습니다.
이 여객기 역시 폭발물이 터지고 나서 추락했습니다.
이러한 과거 사례로 봤을 때 IS 연계 단체가 "우리가 러시아 여객기를 추락시켰다"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소포 폭탄'을 이용한 방법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통신도 로커비 형태의 기내 폭탄이 러시아 여객기의 추락을 일으켰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MIT 공과대학 교수이자 미사일 전문가인 테드 포스톨은 "(러시아) 여객기에 실린 무언가가 이번 사고를 일으켰다면 과거 로커비, UTA 사건이 이번 추락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에 말했습니다.
앞서 이집트 시나이반도 북부에 근거지를 둔 IS 연계 단체는 트위터에 올린 아랍어 육성 녹음을 통해 "우리가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격추) 방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IS 이집트지부는 지난달 31일 사고 직후에도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러시아 중소항공사 코갈림아비아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는 당일 오전 이집트의 홍해변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시나이반도 북부에서 추락해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고개 드는 러 여객기 IS 테러설…1988년 로커비사건과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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