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조희팔(58)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경찰청에 꾸려졌습니다.
조희팔의 최측근인 강태용(54)이 중국에서 검거되고서 장기간 관망하다가 갑자기 TF를 만든 것입니다.
'조희팔 재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다음에 TF를 서둘러 발족했다는 점에서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본청에 범죄정보과, 지능범죄수사대, 경제범죄수사계 인력으로 짜인 '조희팔 사건 TF'를 꾸려 수사기획관이 지휘합니다.
조씨의 '2인자'로 불리는 강씨가 이달 11일 중국에서 현지 공안에 검거된 지 열흘 만입니다.
TF 업무는 이 사건을 맡은 대구지방경찰청의 수사를 지휘하고 첩보를 관리하는 것으로 한정했습니다.
필요하면 본청이 직접 수사할 수도 있다는 단서는 붙였습니다.
이는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한 강신명 경찰청장의 발언과 비교하면 수위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당시 강 청장은 본청에서 직접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최대 4만 명의 피해자를 낸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주범을 잡아야겠다는 의지는 그동안 경찰청에서 좀처럼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2012년 5월 '조희팔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한 입장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조희팔이 사망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언급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습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관천 경정의 이 사건 연루 의혹 수사 여부를 놓고도 혼선을 빚었습니다.
박 경정은 조희팔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최근 불거진 인물입니다.
강 청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박 경정이 조희팔 사건에 연루됐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 경정을 경찰이 수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기소된 인물의 수사는 검찰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청장이 국회의원들에게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답변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이유입니다.
박 경정은 경찰청 지수대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에 '과학적 근거'도 없이 조희팔의 사망을 단정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사망을 서둘러 확정한 데는 숨겨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이 커졌습니다.
당시 경찰청은 조희팔 은닉자금 첩보를 확보해서 자금 추적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씨 가족 등의 주거지에서 조씨의 사망진단서, 시신 화장증 등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 행보는 조희팔 사건에 경찰관들이 대거 연루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조희팔 사건 발생 후 조씨를 감싸거나 조씨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은 전직 경찰관은 5명에 달합니다.
총경 출신의 권 모(51) 씨는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10월 조씨에게서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이달 2일 구속기소됐습니다.
이달 16일에는 강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정모(40) 전 경사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희대의 사기극이 조기에 들통이 나지 않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은 경찰의 유착관계 때문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입니다.
경찰청은 대구지방경찰청의 수사 상황을 철저히 점검·지휘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겠다고 했습니다.
제보의 진상을 확인하고 경찰 유착 비리를 직접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조희팔의 조카인 유 모 씨가 숨지고 진상 규명 여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치밀한 준비도 없이 서둘러 TF를 발족했기에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입니다.
조희팔의 뇌물 사슬에 엮인 경찰관들이 아직 내부에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도 TF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게 하는 한 요인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경찰청 '조희팔 뒷북대응'…강태용 검거 열흘 만에 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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