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신 시대 대표적 악법으로 꼽혔던 국가모독죄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헌재는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형사처벌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윤 기자입니다.
<기자>
국가모독죄는 1975년 박정희 정권 시절, 공화당 의원들의 날치기 처리로 형법에 신설됐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대한민국이나 국가기관을 모욕하거나 비방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1977년, 시인이었던 양성우 전 국회의원은 '노예 수첩'이라는 저항시를 일본 잡지에 게재했는데, '꽃이 군화발에 짓이겨졌다'는 구절이 대통령을 모독했다며 국가모독죄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고질적인 사대 풍조를 뿌리 뽑기 위해 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지만, 정부 비판 세력을 억압하기 위한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결국, 국가모독죄는 1987년 민주항쟁 이듬해 폐지됐습니다.
양 전 의원은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습니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헌재는 이 조항이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국민들의 비판에 대해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기관은 견제와 비판의 대상이지, 이를 막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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