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견판사가 유산 문제로 동생을 해코지한 60대 여성에게 선처와 함께 따뜻한 충고를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주지법 형사2단독 오영표 부장판사는 8일 동생 밭의 차광막에 불을 붙인 혐의로 기소된 A(60·여)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유예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해 6월 20일 낮 12시40분쯤 전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친동생의 밭 차광막에 불을 붙여 2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아버지의 유산 문제로 동생과 갈등을 겪다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 판사는 판결을 내리면서 요즘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판결문에 담았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재산을 남긴 뜻은 아름다운 배려의 마음일 터인데, 남긴 재산이 많든 적든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 재산을 탐욕의 마음으로 취하려 하면 고인의 뜻과는 달리 형제간의 우애나 부모·자식 간의 도리는 뒷전이고 추악한 싸움의 불씨가 되고 마는 것이 오늘날의 씁쓸한 풍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피고인이 나이 든 누나로서 남매들을 위해 헌신해온 남은 어머니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고인인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며 물질에 눈이 어두워진 동생인 피해자를 나무라고 행동을 바로잡아주려는 심정에서 저지른 이 범행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 판사는 이 대목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적힌 글귀를 인용하며 남매에게 진심 어리고 따뜻한 충고를 했습니다.
그는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나무들을,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을 꺾이게 하는 것은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가볍고 하얀 눈임을,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드는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임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오 판사는 "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해액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서 동생인 피해자에 대해 마지막 의사표현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끝을 맺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유산 다툼 남매에게 보낸 판사의 '따뜻한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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