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담은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을 의미하는데, 공연에서는 우산을 든 얼굴 없는 남자가 등장해 주인공 소녀 조이를 환상의 여정으로 안내합니다. 조이는 현실에서는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무료하고 외로운 일상을 보내지만, 환상의 세계 속에서는 다양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만나며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퀴담은 199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전 세계 투어를 시작해 지금까지 39개국 230여 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온 작품입니다. 그중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는데, 2007년 첫 서울 공연은 당시로선 다소 생소하던 태양의 서커스를 국내 팬들에게 소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거리 공연자인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é)가 설립한 공연 전문 기업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기존의 서커스라는 장르에 흥미로운 스토리와 아름다운 라이브 음악, 무대, 조명 등을 더해, 묘기로 불리던 서커스를 복합적인 공연 예술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퀴담은 그런 명성에 꼭 걸맞는 작품입니다. 저도 그때 퀴담을 통해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처음 접하고 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커다란 바퀴를 이용한 체조형 곡예인 저먼 휠(German Wheel), 줄과 플라스틱 실패를 이용한 중국풍 곡예 디아볼로(Diabolo), 천이나 후프를 이용한 공중곡예(Aerial Contoltion in Silk, Aerial Hoops), 특별 제작된 컨베이어에 매달린 줄을 몸에 감고 액션을 선보이는 스패니쉬 웹(Spanish Web), 그리고 인간 신체의 유연성과 힘, 균형감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곡예(Hand Balancing, Statue)와 15명의 아티스트들이 꾸미는 마지막 무대인 이탈리아 전통 곡예술 뱅퀸(Banquine)까지 다양한 묘기가 쉴 틈 없이 펼쳐집니다.
여기에 기존의 어릿광대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고 다양한 감초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사교적이면서도 활달한 성격의 곡예사 '존’, 친절하지만 의문투성이인 ‘타겟’, 육체만 있을 뿐 영혼이 없는 ‘붐붐’, 뼈대만 앙상한 날개를 가져 날 수 없는 ‘비행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은 이 환상적인 여행의 안내자 겸 길동무가 되어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퀴담에 반해 이후 태양의 서커스의 다른 내한공연을 한차례 더 보고,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도 '오쇼(O)', '카쇼(Ka)' 등을 챙겨 봤지만, 2007년 처음 퀴담을 봤을 때만큼의 감동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8년 만에 돌아온 퀴담을 보러 다시 서울 잠심의 빅탑을 찾았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건 ‘여전히 그때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하는 점이었습니다. 한번 보고 좋았던 작품을 거듭 보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걸 즐기지 않는 편인데다, 서로 다른 레퍼토리임에도 태양의 서커스 작품을 볼 때마다 처음의 감동이 점차 사그라지는 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찾은 퀴담에서 8년 전과 같은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담이 여전히 아름다운 공연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2시간 반 동안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태양의 서커스의 비교적 최근작들과 비교하면 무대장치나 규모 면에서 조금 덜 화려하고 소박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장 예술적인 태양의 서커스 작품'이라는 평을 들을 만한 매력이 담겨 있습니다.
퀴담은 내년 2월 뉴질랜드 투어를 마지막으로 20년간의 여정을 마칩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 퀴담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합니다. 태양의 서커스 팬 가운데 퀴담을 본 적 없는 분들에게 이 공연을 추천합니다. 태양의 서커스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데, 그건 8년 전 제가 느꼈던 감동을 여러분도 느끼실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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