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가 만나는 남성을 죽이겠다'며 술에 취해 보관 중이던 수류탄을 가지고 나간 뒤 종적을 감춘 퇴역 군인이 18시간 만에 검거됐으나 수류탄 9발의 습득 경위가 석연치 않습니다.
강원 철원경찰서는 남자 문제로 다툰 전 처를 수류탄으로 위협하고 야산으로 달아난 이 모(50)씨를 붙잡아 수류탄 습득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거 당시 경찰은 수류탄 안전핀을 뽑아든 이 씨와 20여 분간 대치·설득한 끝에 수류탄 1발을 회수했습니다.
회수된 수류탄은 곧바로 군부대 폭발물 처리반에 인계됐으며, 불발탄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씨가 가지고 있던 수류탄은 1970년대 미군이 사용하던 M26 수류탄으로 녹이 슨 상태였습니다.
앞서 경찰은 이 씨가 전처와 함께 살던 집에서 8발의 수류탄을 회수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씨가 술에 취해 전처를 찾아가 남자 문제로 다투다가 협박용으로 사용한 수류탄은 모두 9발로 확인됐습니다.
수류탄을 들고 종적을 감춘 이 씨의 사건은 18시간여 만에 무사히 마무리됐으나 때아닌 수류탄 소동에 철원지역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씨는 무려 9발이나 되는 수류탄을 어떻게 입수했을까? 이 씨는 검거 직후 경찰에서 "수류탄은 민통선 인근에서 버섯을 캐다가 발견해 신고하려고 보관하고 있었다"며 "술에 취해 전 처와 남자 문제로 다투다가 홧김에 수류탄을 가지고 갔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수류탄 습득이나 취득 경위 등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류탄을 무려 9발이나 한 곳에서 무더기로 습득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씨는 2009년 음주 교통사고로 불명예 전역하기 전까지 철원지역의 군부대에서 육군 상사로 근무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수류탄을 습득했다고 주장하는 민통선 인근에서 현장 검증을 통해 이 씨 진술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침입니다.
설령 누군가가 민통선에 버려둔 수류탄을 이 씨가 무더기로 습득했다고 하더라도 폭발력 있는 인명 살상용 수류탄에 대한 군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7월 22일 오전 5시 30분 철원군 동송읍 관우리 인근 육군 모 부대 내 연병장과 탄약고 사이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20대 부사관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당시 숨진 부사관은 탄약관리 규정을 어긴 채 수류탄 1발을 탄약고에서 꺼내와 스스로 터뜨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해당 군부대 부사관과 중대장은 정직과 감봉의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군부대의 한 관계자는 "이 씨가 소지한 수류탄에 녹이 슬어 고유번호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9발이나 되는 수류탄이 규정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민통선에 있었는지 등을 경찰과 합동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버섯 캐다 수류탄 9발 주웠다"…석연치 않은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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