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기가 있는 80대 시어머니가 혼자서 교회를 간다며 나간 이후 돌아오지 않자 며느리(40대) A씨는 애가 타기 시작했습니다.
시어머니는 휴대전화를 두고 가 연락도 닿지 않았습니다.
A씨는 치매상담전화센터(1899-9988)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담원은 A씨에게 즉시 경찰청(182 실종신고센터)에 신고하고 교회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다시 살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A씨는 몇 시간 후 집과는 거리가 먼 ○○파출소에서 시어머니를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부리나케 달려간 파출소에서 시어머니는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으로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끌어안고 A씨는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B씨(50대)는 6년 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84)가 자꾸 운전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 고민입니다.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운전할 때마다 크고 작은 사고를 냈습니다.
가족은 물론이고 의사까지 '본인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운전을 그만두라'고 조언했지만 고집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운전을 말리는 가족에게 크게 역정을 내기 일쑤였습니다.
최근에는 집에 가겠다며 광주광역시에서 예전 집이 있던 수원까지 차를 몰았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치매상담전화센터에서는 운전을 말리고 싶어하는 아들에게 운전면허 해지 등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또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대신 보호자가 아버지에게 길 안내를 부탁하는 방법 등으로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87세 치매 어머니를 10년째 돌봐온 딸 C씨는 흐느끼며 치매상담전화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의 증세는 최근 더욱 심해졌습니다.
느닷없이 훔쳐간 돈을 내놓으라며 C씨와 C씨의 딸을 괴롭히고, 식사를 드렸는데도 밥을 안 줘서 굶겨 죽이려 한다며 폭언을 쏟아냈습니다.
밤에는 칼을 들고 나타나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성화를 부렸습니다.
C씨는 상담원에게 "이렇게 하루하루를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눈물로 하소연했습니다.
상담원은 "최선을 다하는 간병에도 증세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을 어느 누구라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며 C씨를 위로했습니다.
이어 망상 등 증세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치료, 시설 입소 등 대안을 제시하고,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중앙치매센터의 '동행' 앱 등을 소개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에서 운영하는 치매상담전화센터(1899-9988)에서 상담한 실제 사례들입니다.
2013년 12월 문을 연 치매상담전화센터는 2014년 한 해 동안 자주 걸려온 문의사항 등을 엮어 '2014 치매상담사례집 고향의 봄'을 발간했다고 치매 극복의 날인 오늘(21일) 밝혔습니다.
치매의 치료, 간호 등과 관련된 사실을 다양한 사례로 알기 쉽게 정리된 이번 사례집은 전국 보건소와 광역 치매센터 등 관련기관에 배포됐다.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www.nid.or.kr)에서 내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치매상담전화센터는 24시간 365일 운영합니다.
번호는 '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1899), 99세까지 팔팔하게(9988)'를 의미한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