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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지게차 사망사고 '부작위 살인' 혐의 적용될까

청주의 화장품 제조공자에서 근로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 경찰이 법 적용을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야 어렵지 않게 입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지만 과실로 근로자가 사망했다며 회사 관계자들을 고발한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부작위 살인'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놓고는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해서입니다.

지게차 사망 사고는 지난 7월 29일 청주 청원구 내수읍의 한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발생했습니다.

근로자 이 모(35)씨가 짐을 실은 지게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 측이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차를 돌려보내고 회사 지정병원으로 옮기느라 1시간가량 병원 이송이 지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유족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청주 청원경찰서는 2개월 가까이 이 사건을 조사했습니다.

대표 A씨 등 회사 관계자 7명을 불러 조사했고 이들의 통화 내역은 물론 119구급차 출동 일지, 현장 CCTV 자료도 분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씨의 사인이 '다발성 장기 손상에 의한 과다 출혈'이라는 부검 결과를 내놨습니다.

경찰은 지게차 운전자가 시야를 확보하지 않은 채 운행했고 업체 역시 사고 현장에 안전수행원을 배치하지 않은 점에 비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의 고민은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제정 연대'가 지난 1일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A씨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119구급차로 중상자를 신속히 병원에 이송하지 않고 뒤늦게 회사 지정 병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구할 수 있었던 피해자가 숨진만큼 '부작위 살인'이 성립된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입니다.

이 단체에 소속된 민주노총의 전원일 충북지역본부장은 지난 15일 경찰에 출석, 이 같은 고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부작위 살인이 인정된 사법부 판례도 있습니다.

치료를 중단하면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의 요구에 응해 퇴원 결정을 내린 의사에게 부작위 살인 혐의가 인정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수많은 희생자를 낸 세월호 선장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이 혐의를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형법 250조)의 형량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업무상과실치사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이 혐의가 적용되면 회사 관계자들이 훨씬 엄한 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부작위 살인 혐의가 지게차 사망 사건에도 적용되려면 업체 관계자들이 이 씨의 상태가 위중한 것을 알면서도 산업재해를 은폐하기 위해 119 구급차를 돌려보내고 뒤늦게 회사 지정 병원으로 옮겼다는 점이 입증돼야 합니다.

사고를 숨기려는 목적으로 병원 이송을 고의로 지연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러나 업체 측은 "119구급차를 돌려보내라는 지시는 물론 회사 지정 병원으로 보내라는 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사고 당시 현장에서 이씨 상태가 위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이런 논리를 깰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부작위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분석입니다.

결국 경찰이 회사측 주장을 뒤집을만한 증거를 찾아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청원경찰서 관계자는 "관련자 소환 조사는 모두 마쳤고 적용할 혐의만 확정하면 사건을 곧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라며 "부작위 살인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검찰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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