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조종사들에게 비행 중 승객들의 신용카드를 조회하는 업무까지 맡기고 있었다는 사실 지난주에 전해 드렸죠.
승객들이 면세품을 사기 위해 신용카드를 건네면 이 카드가 위조되거나 도난된 건 아닌지 확인하는 데 필요한 무선 통신장비가 비행기 안에는 유일하게 조종실에만 있기 때문에 비행에만 집중해야 할 조종사들이 신용카드 조회 역할까지 떠안았던 건데요, 1년이 넘도록 이어진 이런 방침이 얼마나 위험천만했는지, 조을선 기자가 취재파일에 남겼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기내에서 500달러 이상 결제 건이 발생하면 시스템에 카드 조회 창을 띄우고,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또 유효기간을 넣는 방식으로 한 건당 수십 번씩 키패드를 만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상에서 승인 회신이 오면 이를 다시 승무원에게 전달하는 것까지 담당했습니다. 수백 명을 태우고 가는 조종사가 비행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던 겁니다.
더군다나 면세품 구매는 대개 도착 직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카드 조회 요청은 주로 착륙에만 전념해야 할 시간에 쏟아졌습니다.
간혹 이것 때문에 여기저기서 실수도 나왔지만, 그럼에도 조종사들은 회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거부할 경우 불이익으로 돌아올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부정 카드로 인한 손실을 막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항공사를 통틀어서 조종사가 신용카드까지 조회하는 곳은 대한항공밖에 없었습니다.
한 해 2천300억 원에 달하는 면세품 판매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직원들을 압박하는 것도 모자라서 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승객의 생명까지 담보로 내맡기고 있었던 겁니다.
[김기식/새정치연합 의원 : 세월호 이후 국민안전이 가장 중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항공이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국토교통부나 국민안전처가 전면 조사해서 명확히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SBS 보도가 나간 뒤 대한항공 측은 이런 지침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항공사들처럼 카드 소유주의 이름을 탑승객 명단과 대조하는 방법으로 대체하겠다고 해서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데요, 대한민국 최악의 여객기 사고로 기록되는 1997년 괌 추락 사고의 악몽을 대한항공은 잊지 말길 바랍니다.
▶ [취재파일] 대한항공의 위험한 비행 '조종 중 신용카드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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