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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 서방 관계개선 위해 시리아 군사개입 카드 사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지원을 빌미로 한 시리아 군사 개입 확대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시리아 군사 개입을 통해 서방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한편 시리아에서 기존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런 의도는 그러나 자칫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AP통신이 7일(현지시간)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시리아 파병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의심을 거두지 않는 미국을 제대로 설득하기 어려운 데다 시리아에서 독단적인 군사행동에 나서면 오히려 파국적인 후유증을 겪을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푸틴은 지난 4일 IS 격퇴전에 나선 연합군 대열에 러시아의 참가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푸틴은 또 이달 말 유엔총회에 참석하는데, 시리아 파병 제안이 유엔 방문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앞서 러시아는 대(對)IS전에 붕괴 위기에 처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부군과 이란군을 참가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평화 구상을 내놓았다.

이 구상을 놓고 일련의 협상이 진행됐으나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러시아는 결국 시리아 내 러시아군 군사력 증강 카드를 들고 나왔다.

옛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는 시리아와 정치.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입항하는 자국 함정에 대해 정비와 보급을 담당하는 시리아 타르투스항 내 러시아 해군 시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타르투스항 내 러시아 해군 시설은 낡은 정비소 등을 갖춘 부잔교(floating piers)에 불과하더라도 이는 러시아 본토가 아닌 옛 소련 동맹국 가운데 마지막 남은 시설물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이런 관계에 따라 러시아는 지난 4년간의 시리아 내전 기간에 아사드 정권에 각종 화기를 공급하는 한편 군사 고문관들을 주둔시켜왔다.

푸틴은 이런 활동을 계속할 것을 재확인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의 라마디 압두라흐만 대표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부 항구도시 라카티아에서 러시아군이 목격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전투병력인지 아니면 단순히 무기 지원을 위한 수송병력인지 분명치 않다면서도, "이런 군사 협력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증강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할 것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대표주자 중의 한 사람은 러시아 정치 전문가들의 모임인 외교국방정책위원회를 설립한 세르게이 카라가노프다.

카라가노프는 미국과 우방들로부터 냉담한 반응만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러시아가 독단적으로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퇴역 대령으로 국방 잡지의 편집장인 이고르 코로첸코 역시 "중동은 미국의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시리아에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반면 군사 전문가인 알렉산더 골츠는 서방으로부터 점점 고립되어 가는 러시아가 대(對)IS전에 참가함으로써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츠는 최근 시리아행 러시아 수송기나 병력 이동이 대규모 병력 배치라기보다 연합군에 참여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군사·안보 전문가인 파벨 펠겐하우어도 시리아에서 러시아가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은 미국이 푸틴의 구상을 받아들이도록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시도라고 풀이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이란군을 참여시키는 연합군이 구성될 경우, 시리아 현 정권도 살리고 중동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렉세이 말라셴코 카네기재단 모스크바사무소 중동 문제 전문가는 서방과의 관계개선책으로 시리아 카드를 사용하려는 푸틴의 노력은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 악화라는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말라센코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아픈 상처를 가진 러시아가 미국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채 시리아에 일방적으로 군사개입을 하면 자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은 물론이고 IS의 보복 공격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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