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일반적으로 주 40시간 근무를 규정으로 하고 있는데요,(물론 현실적으로 지켜질리 없습니다. 추가근무와 야근, 휴일근무가 빈번하죠) 올해 4월부터 이 규정을 바탕으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주 40시간, 하루 최소 4시간 이상만 근무하면 됩니다. 첫날 4시간 근무했으면 다음날 좀 더 많이 근무하는 등 근로자가 어느 정도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겁니다.(이 역시 물론 개인업무, 부서 사정상 잘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겠죠.) 어쨌든 규정은 그렇습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 역시 탄력근무제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원래 만도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반 출근, 오후 6시반 퇴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얼리버드, 해피아울이라는 새 근무패턴을 적용했습니다. 얼리버드는 출근시간을 한시간반 앞당겨 7시 출근, 퇴근도 그만큼 당겨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겁니다. 반대로 해피아울은 출근을 10시로, 퇴근을 저녁 8시로 늦춘 겁니다. 근로자가 본인 사정에 따라 하루 전에만 신청하면 다음날 한시적으로 적용이 가능해 직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업들이 너도나도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건 직원들에게 육아가 가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자기계발할 시간을 줘서 유연한 조직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섭니다. 직원들 마음이 편해야 그만큼 업무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직원들 입장에선 직장 외 개인 삶을 챙길 수 있어 좋고, 기업 입장에선 잘만 된다면 직원들 성과가 올라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문제는 탄력근무제가 우리나라의 현실상 제대로 확산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탄력근무제를 도입한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이 이 제도를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제조, 생산직의 경우 사무직이나 연구직과 달리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생산 라인 때문에 교대근무를 해야돼서 자율적인 출퇴근 시간 조정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칫 직군 따라 위화감이 생길 소지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또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들에 엄격한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보니 직원들 입장에선 눈치가 보여 마음껏 탄력근무제를 활용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시나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고, 오후 출근하면 오전에 있는 수많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 업무상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는 겁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가 흐지부지된 대부분 기업들이 다 이런 경우였습니다.
그렇다면 탄력근무제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어떤 문제가 선결되어야할까요? 업무 특성상 도입이 쉽지 않은 생산직은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전문가들은 탄력근무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무엇보다 노사간 신뢰가 전제되어야한다고 말합니다. '탄력근무제 쓰면 나 잘리는 거 아냐?'라는 불안감을 가지고는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직원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회사도 '이 직원 일은 안하고 펑펑 놀기만 하는거 아냐?'라고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회사가 신뢰를 보이는만큼 직원도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면 자율성과 창의성이 같이 병행되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는 거겠죠.
전문가들은 또 직원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에 맞게 정확하게 보상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고 지적합니다. 근무하는 시간과 관계없이 그 직원의 성과로 평가를 해야만 탄력적인 출퇴근 및 근무 시간 정착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에선 일을 빨리 끝내고 퇴근하면 주변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직원입장에서도 눈치도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불필요하게 야근도 많이 하게 되고, 휴일근무도 필요이상으로 많이 하는 거겠죠. 유연한 기업문화와 사고방식 전환이야말로 탄력근무제 정착에 가장 시급한 선결조건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