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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를 느끼며

* 대담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 한수진/사회자: 

광화문 한복판 건물 외벽에는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짧은 글귀가 걸려있죠. 누구든 한번쯤은 그 광화문 글판 속 문구를 보고 감동을 받은 경험들 다들 갖고 계실 텐데요. 한 기업이 시작해서 어언 25년이 됐습니다. 광화문 글판의 사회적 의미를 고찰하는 학술 모임이 올해 열리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감동적인 글귀를 엄선해서 한 권의 책으로도 펴냈다고 하는데요. 광화문 글판, 도시민들의 마음을 축여준 한 그릇 생수와도 같다는 그런 평도 많습니다. 이 시간에 글판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교보생명 박치수 상무 연결돼 있습니다. 상무님 안녕하세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유명한 광화문 글판의 책임자시라고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언제부터 그 일을 담당하고 계신 건가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2006년부터 했으니까요. 한 10년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0년쯤 되셨고요. 글판의 나이는 벌써 25살이 된 거죠?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역사에 대해서는 소상히 꿰고 계시겠네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처음에는 교보생명을 창립한 신용호 창립자께서 아이디어를 내셨는데 초기에는 계몽적인 내용을 담았어요. 예를 들어 ‘개미처럼 모아라 여름은 길지 않다’, ‘아직도 늦지 않다 다시 뛰어 경제 성장’ 이런 내용이었는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시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런 메시지, 희망의 메시지를 담자, 그렇게 해서 주로 시에서 글귀를 찾아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IMF 이후로 내용이 달라진 거군요. 희망을 주고 위로를 주는 내용으로.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저도 그런 글귀를 보고 감동을 느꼈던 적이 있는데 정확한 문구를 잘 생각나지 않아서 말이죠. 지금은 어떤 글귀가 걸려 있어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는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 선생님의 ‘숲’이라는 시에서 이 문구를 가져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문구는 어떤 의미로 선정하신 건가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우선 이 문구가 계절적으로는 숲이 주는 청량감도 있고요. 의미는 모두가  각자 개성 있는 개체이기도 하지만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로써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문구라고 할 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공동체의 의미를 담은 그런 글귀를 이번에는 선정을 하신 거고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 한수진/사회자: 

얼마마다 한 번씩 교체가 되죠?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계절마다 한 번씩 바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한 번씩 달라지는 거군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 한수진/사회자: 

지금 걸린 건 말하자면 여름편인 셈이네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언제쯤 새로운 문구가 걸리나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9월부터 새로운 게 걸리죠.

▷ 한수진/사회자: 

가을편.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네 가을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미 결정은 돼 있겠죠?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얘기가 내걸리게 될까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기왕 전망대에 나왔으니까 귀띔을 해드려야 할 것 같고요. 이번에 걸 문구는 ‘이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그 문구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이 글귀는 어디서 얻으신 건가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이 문구는 메리 올리버라는 미국의 시인이 쓴 산문집이 있더라고요. ‘휘파람 부는 사람’이라는. 거기서 인용하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뜻에서 선정하신 거예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내용이 보면 현실 속에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스스로 나약한 존재로 인식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사랑하고 사유할 수 있는 잠재 능력을 깨닫고 키워 가면 더 성숙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 그런 의미라고 보고 이번 가을편으로 선정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저희가 스포일러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웃음)

▷ 한수진/사회자: 

전망대 애청자는 어쨌든 열흘쯤 일찍 광화문 글판을 접하신 셈이 됐습니다. 아마 좋아하는 분 많아서 자주 바뀌면 좋겠다는 요청하시는 분도 많을 것 같은데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매달 새로 바꾸자, 격월마다 하면 어떠냐, 이런 질문들도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광화문 글판이 늘 새로운 메시지 전달을 하는 데에 충실한다면 그런 의견도 맞을 것 같고요. 저희가 생각할 때는 글귀를 음미도 하고 공감하고 느낌을 서로 나누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또 하나는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새옷으로 갈아입을 때 같이 어우러지는 재미 요소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현재와 같이 계절별로 내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간을 여유 있게 해야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여유 있게 기간 두고 반추해보자, 그런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 한수진/사회자: 

사실 교보 측에서도 그랬을 것 같고 글판을 보는 시민들도 이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줄 몰랐을 것 같아요. 이렇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이유 어디에 있는 것 같습니까?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저희도 초기에는 이렇게 반향이 클 줄 몰랐고요. 아마도 삭막한 도심 속에서 시민들에게 전해주는 의외의 청량감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보면 평소 도심을 걷거나 차를 타고 가다보면 일방적인 광고 메시지가 주는 피로감이 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맞아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그런데 광화문 글판은 감성이 담긴 시구를 통해서 사람들을 공감하게 만드는 쌍방향적 요소? 그런 요소가 자리 잡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삭막한 도시에서 글귀 한 줄을 갖고 갑자기 다른 생각도 해볼 수 있는 삶의 여유도 가져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또 글귀가 감동을 주는 것 같고요. 요즘 보면 광화문 글판의 영향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주변 생활에서 좋은 글귀를 걸어놓거나 게시하거나 적어놓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세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전체적으로는 꼭 그 영향 때문인지는 저희가 확신할 수 없지만 굉장히 긍정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면들이 확산이 돼서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고 희망을 갖고 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대표작 좀 몇 개 소개해주세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다른 데 소개된?

▷ 한수진/사회자: 

광화문 글판에서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것들 몇 개 소개해주시면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많은 작품들을 꼽았던 것 같아요. 제일 많은 관심을 받았던 건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작품도 있었고. 그 다음에 저도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있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런 문구도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혹시 광화문 글귀에서 힘을 얻었다, 이런 말씀 전해주는 분들도 계시나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어떤 분이 사연을 보내온 적이 있는데 아마 외환위기 직후였던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부침이 많이 심했었고요. 한 학생의 아버지도 부득이하게 명퇴를 하게 됐는데 아버지 수입이 끊기면서 본인 학업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요. 마침 광화문에 나왔다가 걸려있던 글귀가 ‘떠나라 낯선 곳으로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문구가 걸려있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저도 기억이 나네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그걸 보고 다른 방법도 있을 거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고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유학도 마치고 좋은 직장을 구했다는 사연을 보내온 적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글귀 한 줄의 힘이 그렇게 크군요. 그런 일들 일일이 다 말씀 안 하시지만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글귀들을 모아서 책으로도 펴내셨다고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광화문이라는 공간적 개념도 있지만 또 25년이라는 시간적 부분도 있고 이런 것들을 뛰어넘어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또 한 편으로는 압축된 문구로만 이뤄져 있는데 원래 원본을 같이 보면서 그 메시지를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기념집을 만들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보통 글판에 내걸릴 때는 발췌를 해서 한, 두 줄 정도만 하는데 원문 전체를 다 실어서 다시 한 번 의미를 되살려보는 그런 기회로도 괜찮을 것 같으네요. 그래서 책으로도 펴내셨다.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가요? 세상 빠르게 흐르고 많은 것 바뀌어도 광화문 글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그럼요. 아마 2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고 있어요.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광화문 글판이 시민들이 향유하는 대상이거든요. 시민들이 계시는 한 어떤 형태로든 계속 존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짧은 글귀 한 줄 소개해 주실까요? 많은 분들 출근 준비하고 계실 텐데?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김사인 님의 ‘조용한 일’이라는 시에서 가져왔는데요.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에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오늘 하루에는 고마움을 가지면 어떨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추천을 해드립니다.

▷ 한수진/사회자: 

고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박치수 교보생명 상무: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보생명 박치수 상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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