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눈에 띄는 주소판이 하나 있습니다. 집 외벽에 붙어 있어 멀리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이 표지판을 읽어보니 세울 스카야2A, 그 뜻은 서울 거리 2A번지 입니다.
러시아에 서울이라... 왜 이런 주소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을까요? 실제로 이곳은 한인들의 거주지였습니다. 국회 항일 운동의 중요한 근거지였던 신한촌이었던 겁니다.
신한촌은 일제강점기에 신채호, 안창호, 홍범도, 이범윤, 이동휘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무장투쟁을 일으키키 위해 집결했던 곳입니다.우리나라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이곳에서 퍼져나간 항일운동으로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한촌이 한인들의 거주지였다는 흔적은 러시아어로 쓰인 주소 표지판 세울 스카야 2A (거울거리 2A번지)가 유일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약 100여 년전 애국지사들이 누볐을 거리에서 항일유적 표기는 커녕 건물의 터조차 찾기 힘듭니다. 러시아 연해주 항일운동의 대부로 꼽히는 최재형 선생의 마지막 고택은 독립 운동가 최재형의 집 이라는 표지판마저 없었다면 러시아 시골의 빈집으로만 보였을 겁니다.
심지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이자 국외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이동휘 선생의 집터는 상점으로 변해있습니다. 일제에 맞서 싸우다 순국하신 이상설의 유허비는 무성하게 자란 수풀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비문에는 작은 오류까지 있습니다.
이렇게 러시아 연해주에서 활동했던 애국지사들은 무관심속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15일은 이분들이 바라던 광복 70주년입니다. 나라 독립을 위해 몸을 바치신 그 누구라도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먼 땅 러시아에서 의롭게 싸우신 분들은 너무 외롭게 잊혀지고 있는건 아닌 지 걱정입니다.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