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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왜 범인은 극장을 선택하나…막을 방법은?

[월드리포트] 왜 범인은 극장을 선택하나…막을 방법은?
지난 2012년 콜로라도 덴버의 오로라 극장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사건은 미국민들에겐 충격이었습니다. 범인 29살 제임스 홈스는 영화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 등장하는 악역 ‘조커’를 흉내 낸 복장을 하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가스 마스크에 방탄복까지 갖춘 홈스는 최루탄을 터뜨리고 권총을 마구 발사해 12명을 살해했고 70여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그간 그의 정신이상 문제로 미뤄져 온 재판은 지난 4월 사건이 일어난 지 천 일이 지나서야 시작됐고 배심원단은 최근 그에게 배심원들은 유죄평결을 내려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습니다.
홈스에 대한 유죄평결이 내려진 며칠 뒤인 지난달 23일 루이지애나주 라파예트의 극장에서 50대 백인 남성이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총을 난사해 여성 2명을 살해하고 9명을 다치게 한 뒤 경찰이 출동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용의자 존 러셀 하우처는 정신질환 이력이 있었습니다.
2주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테네시주 내슈빌 외곽의 한 영화관에서 모의 권총과 손도끼를 든 20대 남성이 관객을 공격하다 경찰에 사살되는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29살인 용의자 빈센트 데이비드 몬타도 역시 2006년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 영화관에서 총격사건을 모두 8건이나 일어났습니다. 왜 극장에서 이렇게 총기 난사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걸까요?

총기소지가 합법인 미국이지만 극장은 소지품 검색이 거의 없는데다 무장을 한 경비요원을 극장 안에서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어두운데다 영화가 시작되면 옆 사람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깜깜해집니다. 특별한 목표나 대상이 없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기엔 그만큼 좋은 조건인 것입니다. 

여기에 자극적인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면 우발적으로 총을 쏠 수 있도록 부추길 소지도 충분합니다. 최근에 일어난 미국 극장의 총기난사 사건이 대부분 특별한 동기가 없는 이른바 ‘묻지마식 살인 사건’이란 점에서 사회불만자나 정신 이상자들에게 극장은 가장 쉽고 편한 목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이런 위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이 25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5%기 가방을 철저히 조사해 총기류를 걸러야 한다고 답했고 34%는 출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해야 하고 무장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미국내  5천여 개 극장 가운데 금속탐지기를 설치한 곳은 1%인 50개도 안 되는 상황인데요, 설치한 곳도 대부분 지자체가 법적으로 금속탐지기 설치를 의무화한 곳들입니다

극장측이 금속탐지기 설치를 주저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입니다. 금속탐지기 한 대 가격은 5천 달러입니다. 하지만 운용비용이 훨씬 더 드는데요 미국 언론은 금속탐지기를 운용할 검색요원과 무장 경비요원을 고용하는데 극장이 1년에 극장 크기에 따라 적게는 25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까지 비용을 더 내야 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극장측에서 이런 비용을 감수한다면 그만큼 극장 입장료도 올릴 수 밖에 없는데요 앞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전비용으로 입장료를 3달러 정도 올릴 때 낼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3%에 불과했습니다. 금속탐지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의사는 없다는 게 대다수 관객들의 생각인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관객들은 영화 한 편 보려고 줄 서고 소지품을  검색당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3명중 1명은 잇딴 총격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장은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찰 출신의 한 보안전문가는 방송에 출연해 극장에서 안전하게 영화를 보기 위한 조언도 내놓았는데요, 먼저 극장에 가면 되도록 뒷 좌석에 앉으라고 했는데요 주변 좌석을 조망할 수 있고 비상구도 쉽게 식별할 수 있다는 이윱니다 그러면서 만약 극장에서 총성을 듣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할 지 3단계 행동방안이라면서 기본적인 요령도 제시했습니다.

- 먼저 할 수 있다면 도망가라
- 그렇지 않다면 조용히 휴대전화를 끄고 숨어라
- 용의자가 다가오면 싸워라

앞서 언급한 대로 비용문제가 극장 안전제고에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잇딴 총격사건으로 극장들은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개선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미 동북부의 극장 체인인 'Showcase Cinemas'는 최근 총격 사건뒤 관객들이 배낭을 갖고 극장에 입장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극장측은 가방 소지를 금지한 것은 물론이고 입장 전에 소지품을 검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총기규제 강화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미국 대통령까지 마음대로 못하는 전미총기협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자치단체나 극장별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길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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